가족여행으로 안동에 가게 될 줄이야! 부모님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 숙소부터 식당까지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아빠가 육회비빔밥을 엄청 좋아하셔서 안동 한우로 만든 육회비빔밥 맛집을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이 바로 여기, ‘경복궁’이었다.
이름이 흔해서 프랜차이즈인가 했는데, 웬걸? 안동에만 있는 경복궁이라고 한다. 뭔가 더 끌리는 느낌적인 느낌! 월영교에서 멋진 야경을 감상하고 곧바로 경복궁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좁은 골목길을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가니, 기와지붕과 소나무가 멋스러운 한옥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겉모습은 완전 전통 한정식집인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반전 매력! 내부는 완전 깔끔하고 모던한 카페 분위기였다. 샹들리에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자리를 잡고 앉아 육회비빔밥 4개를 주문했는데, 내가 생고기를 잘 못 먹는다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익혀주시겠다고 하셨다. 이런 센스, 진짜 감동이다! 살짝 덜 익혀서 나온 육회는 진짜… 입에서 살살 녹았다. 아빠 육회비빔밥에 올려진 육회는 땟깔부터가 남달랐다. 검붉은 색깔이 어찌나 신선해 보이던지!
특이하게 경복궁 육회비빔밥은 양념장을 따로 주지 않았다. 궁금해서 여쭤보니, 원래 양념장 없이도 먹을 수 있게 간을 해서 나온다고 한다. 웬걸? 진짜 양념장 없이 먹는 게 훨씬 더 맛있었다! 육회 본연의 고소함과 신선한 채소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
어머니는 특히 반찬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 가지튀김, 잡채, 겉절이, 샐러드, 깍두기… 무려 5가지나 되는 반찬이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특히 겉절이는 진짜 레전드였다. 방금 버무린 듯 신선하고,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완전 내 스타일! 평소에 밖에서 반찬 잘 안 먹는 나도 엄마 따라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반찬 추가까지 해버렸다.

알바생분 추천으로 육전도 하나 시켜봤는데, 와… 이거 진짜 안 시켰으면 후회할 뻔했다. 갓 구워서 따뜻한 육전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같이 나온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함과 짭짤함이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었다. 경복궁에 간다면 육전은 무조건 시켜야 한다. 진짜 강력 추천!
놋쇠 그릇에 담겨 나온 쌀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갓 지은 듯 따뜻했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막 지은 밥을 입안 가득 넣고 씹으니, 밥맛이 진짜 꿀맛이었다. 역시 밥이 맛있는 집은 뭘 먹어도 맛있다.
같이 나온 시레기 된장국도 예술이었다. 멸치 육수에 갈은 소고기를 넣어서 그런지 풍미가 엄청 깊었다. 국산 집된장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은 진짜… 추운 날씨에 먹으니 온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육회비빔밥 위에 올려진 육회를 자세히 보니, 약간의 저온 숙성을 거친 것 같았다. 질기지 않고 엄청 부드러웠다. 씹는 맛보다는 잘게 썰어 푹 익힌 가지를 먹는 듯한 식감이었다. 진짜 입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는 맛이었다.
신기하게도 경복궁 음식들은 하나같이 맵거나 짜지 않았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딱 좋았다. 다만, 잘 익은 김치나 동치미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 같다.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워낙 다른 음식들이 맛있어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보리차로 시작해서 후식 감주로 깔끔하게 마무리! 진짜 배부르고 맛있게 잘 먹었다. 육회비빔밥 한 그릇에 제대로 대접받고 온 기분이었다.

화장실도 엄청 깨끗해서 기분 좋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는 게 느껴져서 더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가 좀 헬이라는 거… 매장 앞 주차장이 있긴 한데, 공간이 엄청 협소하다. 차가 한 대라도 주차되어 있으면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라서 후진 주차할 때 엄청 조심해야 한다. 앞에 있는 잡목이나 구조물에 긁힐까 봐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는 걸 추천한다.
경복궁은 요리연구가님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조미료 맛도 거의 안 나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진짜 최고였다.
안동에서 프랜차이즈 아닌 찐 맛집을 찾고 있다면, 경복궁은 무조건 가봐야 한다. 후회는 절대 없을 거다. 안동에 다시 간다면 무조건 재방문할 생각이다. 그땐 주차 스트레스 안 받게 택시 타고 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