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자연스레 용두동 골목 어귀로 향했다. 오늘 나의 행선지는 왠지 모르게 정겨운 이름의 작은 식당, “방앗간”이다. 왁자지껄한 술집 대신,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리웠던 날, 이곳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게 나를 맞이해 줄 것 같았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흰색 레이스 커튼 너머로 아늑한 공간이 살짝 엿보였다. 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 ‘방앗간’이라는 폰트가 새겨진 간판은 왠지 모르게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낡은 듯하면서도 정갈한 외관은, 세련된 인테리어의 식당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을 풍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바 테이블과 작은 테이블 하나가 전부인, 정말 ‘방앗간’ 같은 소박한 크기였다. 높은 천장 덕분에 답답함은 없었지만, 동시에 아늑함이 느껴지는 묘한 공간이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난 터라 식당은 비교적 한산했다. 덕분에 나는 바 테이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볼 수 있었다.
메뉴는 덮밥류와 찌개류, 떡볶이 등, 혼밥하기 좋은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김치 삼겹 덮밥, 매운 불고기 덮밥 등, 익숙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이름들이 침샘을 자극했다. 잠시 고민 끝에, 나는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김치 삼겹 덮밥과, 왠지 깔끔한 맛일 것 같은 통새우 완탕을 주문했다.
주문 후,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에서처럼,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은은한 조명이 공간을 따뜻하게 감쌌다. 벽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것이 마치 잘 꾸며진 친구 자취방에 놀러 온 기분이었다. 혼자였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김치 삼겹 덮밥과 통새우 완탕이 나왔다. 에서 보았던 것처럼, 정갈한 한 상 차림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덮밥 위에는 김 가루와 쪽파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삼겹살과 김치의 조합은 보기만 해도 ‘맛없을 수 없는’ 비주얼이었다. 완탕은 뽀얀 국물에 통통한 새우 완자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젓가락을 들어 김치 삼겹 덮밥을 한 입 맛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정말 ‘딱 아는 맛’ 이었다. 하지만 그 ‘아는 맛’이 얼마나 맛있는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김치와,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삼겹살의 조화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특히 김치의 아삭아삭한 식감과 삼겹살의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먹는 재미를 더했다.
통새우 완탕은 덮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뽀얀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깔끔했고, 큼지막한 새우 완자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특히 완탕 속에 들어있는 통새우는 신선함이 느껴질 정도로 퀄리티가 좋았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완탕에는 팽이버섯과 채소가 함께 들어있어, 국물의 시원함을 더했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덮밥의 매콤함이 부드럽게 중화되는 느낌이었다.

덮밥과 완탕을 번갈아 가며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에서처럼, 김치와 삼겹살, 김 가루를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완탕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시니,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과하지 않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사장님 혼자 요리, 서빙, 계산까지 모두 담당하고 계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친절하고 능숙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시는 모습이었다. 탁자가 조금 끈적거린다는 리뷰가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나무 재질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사장님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에 방문하면 다른 메뉴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운 불고기 덮밥도 궁금하고, 신메뉴라는 제육볶음 한상차림도 맛보고 싶다. 특히, 떡볶이를 포장해와서 먹었다는 리뷰를 보니, 궁물 떡볶이의 맛도 궁금해졌다.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해서, 바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잔과 함께 안주를 즐겨봐도 좋을 것 같다. 소주 한 잔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백반집이라는 평도 있지만, 맥주와 함께라면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무랄 데 없었지만 별 5개까지는 아닌 느낌’이라는 리뷰도 있었지만, 나는 이곳에 별 5개를 주고 싶다. 맛있는 음식, 아늑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서도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용두동 숨은 보석 같은 맛집, “방앗간”은 앞으로 나의 단골집이 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저녁이었다. 다음 방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