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를 헤치고 찾아간 군산 맛집, 추억이 깃든 일해옥 콩나물국밥

새벽녘,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군산의 골목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친구의 추억이 깃든 ‘일해옥’이었다. 녀석은 서울에서 목포로 향할 때면 꼭 이곳에 들러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비우곤 했다. 도대체 뭐가 그리 좋았을까. 잠든 가족들을 뒤로하고 홀로 나선 길 위에서, 나는 녀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보고 싶었다.

군산 시내에서 20km 떨어진 곳, 네비게이션이 안내한 엉뚱한 장소에서 잠시 헤매기도 했다. 다행히 곧 진짜 ‘일해옥’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간판에는 ‘일(一)해(장국)옥(屋)’이라는 재미있는 풀이가 적혀 있었다. ‘해장국 하나라도 제대로, 잘 하는 집’이라니. 그 이름에서부터 자부심이 느껴졌다.

토렴하는 모습
뜨거운 국물을 밥에 여러 번 부었다 따르는 토렴 방식

가게 안은 새벽부터 손님들로 북적였다. 허름하지만 정겨운 분위기의 노포였다. 테이블 몇 개와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가가 전부인 소박한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내공이 느껴졌다. 메뉴는 단 하나, 콩나물국밥. 벽에는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소개되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단순한 메뉴 구성은 오히려 깊은 맛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자리에 앉자마자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가 눈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대파와 김 가루, 그리고 톡 터트려 넣은 듯한 계란이 보였다. 사진에서처럼, 쟁반 위에는 콩나물국밥과 함께 깍두기, 고추, 물 컵이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깍두기는 살짝 새콤했고, 고추는 겉면에 윤기가 흘렀다.

국밥이 나오자마자 계란을 풀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맑은 국물 그대로의 맛을 먼저 느껴보고 싶어, 일단 숟가락을 들었다.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담백했다. 멸치 육수를 사용했다는데,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콩나물은 아삭아삭했고, 밥알은 국물에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이 집 콩나물국밥의 특징은 바로 ‘토렴’ 방식에 있다. 뜨거운 국물을 밥과 콩나물에 여러 번 부었다 따라내어 온도를 맞추는 것이다. 덕분에 국물은 뜨겁지만, 입 안을 데일 정도는 아니었다. 뚝배기 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열기가 콩나물의 시원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어느 정도 국물을 맛본 후, 드디어 계란을 풀었다. 노른자가 터지면서 국물은 더욱 고소해졌다. 김 가루의 짭짤함과 대파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냈다. 깍두기를 곁들이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입 안은 더욱 깔끔해졌다. 콩나물국밥 한 입, 깍두기 한 입. 젓가락질은 멈출 줄 몰랐다.

문득 고추의 존재가 떠올랐다. 겉모습은 평범해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강렬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용기를 내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매운맛이 혀를 강타했다. 단순한 매운맛이 아니었다. 은은한 단맛과 짭짤한 맛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매운맛이었다. 콩나물국밥의 시원함과 고추의 매콤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이래서 다들 고추를 곁들여 먹는구나,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완뚝
깔끔하게 비워낸 뚝배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비워냈다. 뚝배기 바닥이 드러나자, 비로소 만족감이 밀려왔다. 몸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새벽의 찬 기운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진 지 오래였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에 ‘모주’라는 술이 적혀 있었다. 가격은 단돈 천 원. 궁금한 마음에 한 잔을 주문했다. 모주는 걸쭉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났다. 살짝 달콤하면서도 한약재 맛이 느껴지는 오묘한 술이었다. 콩나물국밥과 함께 마시니, 그 맛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가게를 나서는 길, 친절한 사장님께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셨다. 그 따뜻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친구가 왜 그토록 ‘일해옥’을 사랑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단순히 맛있는 콩나물국밥을 먹는 것을 넘어, 따뜻한 정과 추억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군산에서 맛본 일해옥 콩나물국밥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새벽 안개를 헤치고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다음에 군산을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따뜻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맛봐야겠다. 그때는 친구와 함께, 그의 추억을 나누면서 말이다.

콩나물 국밥 한상차림
콩나물국밥과 깍두기, 고추가 전부인 소박한 한 상
얼큰한 콩나물 국밥
고추를 넣어 얼큰하게 즐기는 콩나물국밥
김가루가 뿌려진 콩나물 국밥
김가루와 대파가 풍성하게 뿌려진 콩나물국밥
콩나물 국밥 고추와 깍두기
매콤한 고추와 시원한 깍두기
숟가락으로 콩나물 국밥을 뜨는 모습
아삭한 콩나물과 부드러운 밥알
콩나물 국밥 디테일
계란, 콩나물, 김가루의 조화
쟁반에 놓여진 콩나물 국밥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
콩나물 국밥 근접샷
싱싱한 콩나물과 고소한 계란
일해옥 메뉴
단촐한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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