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기장군 일광, 그 좁다란 골목길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식당 하나. 낡은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발길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어! 여기?’ 하는 반가움과 함께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식당 안은 생각보다 아늑했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공간이었지만, 정갈하게 놓인 식기들과 은은하게 풍기는 추어탕 냄새가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벽 한켠에는 한국소비자평가 인증 마크가 붙어있었는데, 왠지 모를 기대감을 더했다.
메뉴는 단촐했다. 추어탕 단일 메뉴. 메뉴판을 가득 채운 화려한 메뉴들보다, 단 하나의 메뉴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잠시 고민하다 추어탕 정식을 주문했다. 가격은 단돈 만 원.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가격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한 한 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쟁반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추어탕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돌솥밥, 그리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다양한 밑반찬들이 가득했다. 마치 잘 차려진 집밥을 받는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특히 갓 지은 돌솥밥의 뚜껑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밥 냄새는 정말 참기 힘들었다.

먼저 추어탕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걸쭉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텁텁하거나 비린 맛은 전혀 없고, 미꾸라지의 구수함과 시원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경남식 추어탕답게 방아잎이 들어가 독특한 향긋함이 더해졌다. 방아잎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밥은 돌솥에서 덜어 추어탕에 말아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갓 지은 밥의 찰진 식감과 추어탕의 깊은 풍미가 어우러져,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밥알에 스며든 추어탕 국물의 조화는, 먹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젓갈, 나물, 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은 모두 깔끔하고 정갈했으며, 간도 적당해서 밥과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멸치볶음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고, 깍두기는 아삭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돋보였다. 반찬이 부족하면 친절한 사장님께서 바로바로 채워주셔서,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돌솥밥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누룽지였다. 밥을 모두 먹고 남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불려 먹으니, 구수하면서도 따뜻한 맛이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었다. 특히 짭짤한 젓갈을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나서는 길, 파도 소리가 더욱 청량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식당이 낡고 허름한 데다, 화장실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또한 혼자 방문했을 때 식사를 거절당했다는 후기도 있어,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음식 맛과 가격,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는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최근 가격이 인상되어 추어탕 정식이 8,000원에서 10,000원이 되었지만, 여전히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한다. 젊은 사장님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덤. 일광 해수욕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식당 외관에는 ‘한국소비자산업평가’에서 ‘기장군 맛집’으로 선정되었다는 배너가 걸려 있었다.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그 맛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다음에는 추어튀김도 한번 맛봐야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추어튀김은, 술안주로도 훌륭할 것 같다. 물론, 혼자서는 안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도 일광의 작은 식당에서,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으로 행복을 충전했다. 이런 숨은 보석 같은 곳을 발견할 때면, 왠지 모르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