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창원 댓거리의 골목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 방문할 곳은 이미 입소문으로 자자한 곳, ‘THE LAST PIG’였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최후의 돼지’ 정도가 될까. 마지막 만찬을 즐기듯 최고의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를 감쌌다. 묘하게, 비장한 느낌마저 감돌았다.
퇴근 시간과 맞물려 가게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소문난 댓거리 맛집 답게 웨이팅은 필수인 듯했다. 하지만 기다림마저 즐거운 이유는, 곧 맛보게 될 돼지고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리라. 다행히 웨이팅 시스템 덕분에 분당 300원씩 할인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억울하지만은 않았다. 벽돌담에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돼지 그림과 “기분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위트 넘치는 문구 덕분에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덜 수 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맛집답게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활기찬 분위기 덕분에 오히려 더욱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삼겹살, 꽃목살, 꽃등심 등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가 나열되어 있었다. 메뉴판에는 100g당 가격이 적혀 있었는데, 대략 1만원 정도였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최상급 품질의 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지갑을 열기로 했다.

고민 끝에 삼겹살과 이베리코 플루마를 주문했다. 특히 이베리코 플루마는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의 특수 부위로, 소고기처럼 부드럽고 풍부한 육즙을 자랑한다고 했다.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이 순식간에 밑반찬을 세팅해 주셨다. 놋그릇에 담긴 정갈한 밑반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쌈 채소, 묵은지, 깻잎 장아찌 등 다채로운 구성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소스였다. 멜젓, 와사비, 갈치속젓 등 취향에 따라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소스가 제공되었다. 작은 놋그릇에 담긴 밑반찬들은 깔끔함을 더했고,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자아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겹살이 등장했다.
선홍빛의 두툼한 삼겹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고기 위에는 칼집이 섬세하게 들어가 있어, 굽는 동안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듯했다.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불판 위에 올려주셨다. 불판은 하트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삼겹살이 익어가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연기가 테이블 위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환풍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저희는 고기를 직접 구워드립니다.”
직원분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본격적인 ‘고기 굽기 쇼’가 시작되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삼겹살을 보니, 마치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앞, 뒤, 옆면까지 골고루 익혀, 육즙을 가득 머금은 삼겹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보기 좋게 정렬되었다.

드디어 첫 점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육즙과 고소한 풍미는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혀를 즐겁게 했다. 왜 사람들이 이곳을 창원 삼겹살 맛집이라고 칭찬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멜젓에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쌈 채소에 묵은지와 함께 싸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삼겹살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다음 타자인 이베리코 플루마를 맛볼 차례가 왔다. 직원분은 불판을 깨끗하게 닦아주신 후, 플루마를 올려주셨다. 플루마는 삼겹살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터져 나오는 육즙은 마치 고급 스테이크를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풍부한 지방의 고소함과 은은한 향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맛이었다.
“정말 소고기 같아요!”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직원분은 웃으며 플루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플루마는 돼지 한 마리당 극히 소량만 나오는 특수 부위로, 귀한 만큼 그 맛도 특별하다고 했다.
식사 중간에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담겨 나온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한 입 맛보니, 구수한 된장의 풍미와 칼칼한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특히 멸치 육수를 사용했는지, 깊고 시원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된장찌개 안에는 두부, 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 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청국장 맛이 살짝 나는 듯한 깊은 풍미가 예술이었다.

마지막으로 김치말이국수를 주문했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와 쫄깃한 면발, 그리고 잘 익은 김치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특히, 짜지 않고 시원한 국물은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고기를 먹고 난 후 느끼함을 씻어주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분께서 치즈 젓갈 볶음을 서비스로 제공해주셨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특히,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먹으니 꿀맛이었다.
THE LAST PIG에서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국밥도 판매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돼지국밥도 한번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HE LAST PIG에서의 식사는 기대 이상이었다.
고기의 품질, 맛, 서비스, 분위기,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만한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감동적이었다.
고기를 구워주는 것은 물론, 식사 내내 불편함이 없는지 세심하게 배려해 주셨다.
다만, 맛집답게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는 감안해야 할 것 같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은 편이지만, 손님들이 워낙 많아 조용하게 식사를 즐기기는 어려울 수 있다.
THE LAST PIG는 창원에서 돼지고기가 생각날 때, 혹은 특별한 날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하고 싶을 때 방문하면 좋을 곳이다.
특히, 이베리코 플루마는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마치 소고기를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THE LAST PIG에서 맛본 돼지고기의 풍미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조만간 다시 방문하여 다른 부위의 고기도 맛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THE LAST PIG에서 경험한 맛있는 돼지고기와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댓거리에서 인생 맛집을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