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득 푸릇한 쌈 채소에 따뜻한 밥 한 숟갈 얹어 크게 입안 가득 채우고 싶은 강렬한 식도락 향수가 밀려왔다. 서울 근교 드라이브 코스를 물색하던 중, 문득 연천에 자리한 ‘조선쌈밥’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에서부터 풍겨오는 정겨움과 왠지 모를 푸근함에 이끌려, 주말 아침 서둘러 길을 나섰다.
차가 쌩쌩 달리는 자유로를 지나, 드문드문 듬성한 건물이 보이는 한적한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조선쌈밥’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넓찍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갓 지은 밥 냄새와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서 오세요!”
경쾌한 목소리로 맞아주시는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은 이미 쌈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듯, 싱싱한 채소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얼핏 봐도 10가지가 넘어 보이는 다채로운 쌈 채소들은 갓 씻어낸 듯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붉은 빛깔의 적겨자부터 짙푸른 쌈케일까지, 종류도 색깔도 각양각색인 채소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작은 텃밭을 옮겨 놓은 듯한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메뉴는 단 하나, ‘제육 우렁 쌈밥’이었다. 메뉴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주문을 넣으니, 순식간에 테이블이 가득 채워졌다. 커다란 쟁반 위에 제육볶음, 고등어구이, 우렁쌈장, 된장찌개, 돌솥밥, 그리고 각종 밑반찬들이 빼곡하게 놓였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 푸짐한 밥상을 받는 듯한 풍족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돌솥밥이었다. 갓 지어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은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밥알 한 톨 한 톨이 살아있는 듯 탱글탱글했고, 뚜껑을 여는 순간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서둘러 밥을 그릇에 퍼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놓았다. 숭늉으로 마무리하는 것 또한 쌈밥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니까.
다음으로 시선을 강탈한 것은 차돌박이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였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속이 풀리는 듯했다. 국자로 한 술 떠보니, 큼지막한 두부와 애호박, 그리고 차돌박이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국물은 짜지 않고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특히 차돌박이에서 우러나온 기름이 된장찌개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제육볶음은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침이 고였다.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깔끔했고, 양념은 너무 맵지도 달지도 않아 딱 좋았다. 특히 불향이 은은하게 느껴져 더욱 맛있었다. 뜨거운 밥 위에 제육볶음을 얹어 먹으니,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돼지고기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고등어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져 나왔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화덕에 구웠는지, 기름기는 쫙 빠지고 담백한 맛이 살아있었다. 쌈 채소에 밥과 고등어 한 점을 올려 함께 싸 먹으니, 신선한 채소의 향긋함과 고등어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듯했다. 비린내 없이 깔끔한 맛 덕분에 평소 생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렁쌈장은 짜지 않고 구수한 맛이 났다. 큼지막한 우렁이 듬뿍 들어가 씹는 재미도 있었다. 쌈 채소에 밥과 제육볶음, 그리고 우렁쌈장을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비로소 쌈밥의 완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멸치볶음은 짜지 않고 고소했고,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했다. 특히 갓김치는 적당히 익어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쌈밥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뜨거운 물을 부어놓았던 돌솥에 숭늉이 맛있게 끓어 있었다. 구수한 숭늉으로 입가심하니,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누룽지를 긁어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니, 깔끔한 마무리였다.
‘조선쌈밥’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신선한 쌈 채소였다.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푸짐해서, 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쌈 채소는 흙냄새 없이 싱싱했고, 쓴맛이나 아린 맛 없이 깔끔했다. 쌈 채소의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여러 가지 조합으로 쌈을 싸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식당 내부는 넓고 깔끔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또한, 테이블마다 환풍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옷에 냄새가 배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조선쌈밥’은 가격 대비 훌륭한 퀄리티의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1인당 13,000원이라는 가격에 푸짐한 쌈밥 정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제육볶음, 고등어구이, 된장찌개 등 메인 메뉴뿐만 아니라, 다양한 밑반찬까지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갓 지은 돌솥밥은 쌈밥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말 점심시간에 방문했더니, 손님들이 몰려들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주문 후 음식이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쯤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조선쌈밥’은 연천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맛집이다. 신선한 쌈 채소와 푸짐한 음식, 그리고 착한 가격까지,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곳이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 외식을 하기에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여, 맛있는 쌈밥을 즐겨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배도 부르고 마음도 풍족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고향에 다녀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조선쌈밥’에서 맛본 쌈밥은 단순히 한 끼 식사가 아닌,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과 따뜻한 정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연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조선쌈밥’에 들러 맛있는 쌈밥을 맛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연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조선쌈밥’에서 맛본 쌈밥의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했다. 다음에 또 연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조선쌈밥’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땐 꼭 간장 불고기도 맛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