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이모의 손맛, 조치원 맛집 골목에서 만난 쑈 앱샙의 향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들이 있다. 짐을 꾸려 공항으로 향하는 대신, 나는 가끔씩 숨겨진 조치원 맛집 골목을 찾는다. 그곳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공간, 쑈 앱샙이 있다. 세련된 간판 대신 태국 국기가 걸려있는 허름한 가게.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이미 태국 어느 골목길 노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강렬한 향신료 냄새. 톡 쏘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친근한 그 향기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섰다. 낡은 문턱을 넘어선 순간, 예상치 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좁은 통로를 따라 주방이 먼저 나타나고, 그 너머에는 마치 미로처럼 이어진 홀들이 숨겨져 있었다. 홀A, 홀B… 마치 비밀 기지라도 발견한 듯한 기분에 묘한 흥분이 밀려왔다.

쑈 앱샙의 홀 내부 모습
묘한 구조를 가진 쑈 앱샙의 홀 내부. 태국 식재료들이 한 켠에 놓여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벽 한쪽에는 태국 식재료와 소스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마치 작은 태국 마트에 온 듯한 느낌. 팍치(고수)나 팍붕(모닝글로리)처럼 흔히 볼 수 없는 채소들을 보니,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진짜 태국을 만날 수 있는 공간임을 짐작하게 했다. 이국적인 소품들과 태국어가 적힌 포스터들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태국어로 가득한 메뉴들 사이로 보이는 익숙한 음식 이름들. 팟타이, 똠얌꿍, 카우팟… 고민 끝에 똠얌꿍과 팟타이를 주문했다. 잠시 후, 주방에서 요리하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향이 코를 찔렀다. 마치 태국 현지 노점에서 맛보던 바로 그 향기였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봤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았지만, 벽면 가득 채워진 이국적인 소품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천장에는 알록달록한 태국 전통 등불이 매달려 있었고, 벽에는 태국 풍경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마치 작은 태국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똠얌꿍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똠얌꿍의 붉은 빛깔이 식욕을 자극했다. 레몬그라스와 고추, 갈랑갈의 향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첫 숟갈을 뜨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새콤하면서도 매콤하고, 톡 쏘는 듯하면서도 깊은 맛. 태국에서 먹었던 똠얌꿍보다 훨씬 맛있었다.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인 똠얌꿍
향긋한 향신료와 새우의 조화가 환상적인 똠얌꿍. 추운 날씨에 몸을 녹여주는 최고의 선택이다.

큼지막한 새우와 버섯, 토마토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듬뿍 들어간 고수였다. 평소 고수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똠얌꿍에 들어간 고수는 그 향긋함이 똠얌꿍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국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다음으로 나온 팟타이는 넓적한 접시에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팟타이 위에는 잘게 부순 땅콩 가루와 라임 조각이 뿌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한 입 맛보았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어우러진 팟타이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푸짐한 양과 맛을 자랑하는 팟타이
탱글탱글한 면발과 새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진 팟타이. 넉넉한 양에 한 번 더 감동하게 된다.

탱글탱글한 면발과 아삭아삭한 숙주, 톡톡 터지는 새우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팟타이 소스는 너무 달거나 짜지 않고 적당해서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라임즙을 살짝 뿌려 먹으니 상큼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팟타이 역시 깨끗하게 비웠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더니, 태국인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이해 주셨다. 한국말이 서툴지만, 친절하게 메뉴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시는 사장님의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쑈 앱샙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태국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화려하고 세련된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마치 태국 이모가 해주는 따뜻한 집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가 낡고 허름해서 깔끔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또, 주방에서 불 쇼를 하면서 요리하는 탓에 연기나 냄새가 많이 나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쑈 앱샙만이 가진 진짜 태국의 매력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일 뿐이다.

커무양 (돼지 목살 구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커무양. 쑈 앱샙의 숨겨진 인기 메뉴 중 하나다.

다음 방문에는 쑈 앱샙의 숨겨진 메뉴, 커무양(태국식 돼지 목살 구이)에 도전해 봐야겠다. 석쇠 위에 구워져 나오는 돼지 목살의 모습이 사진으로만 봐도 군침이 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커무양에 매콤한 소스를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천상의 맛일 것 같다.

쑈 앱샙은 내게 단순한 식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곳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태국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조치원에 숨겨진 이 작은 맛집에서 나는 오늘도 태국의 향수를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쑈 앱샙에서 즐기는 푸짐한 한 상 차림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쑈 앱샙. 푸짐한 양은 덤이다.

쑈 앱샙 방문팁

*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몰려 음식이 늦게 나올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 메뉴가 다양하니,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하여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 태국 식재료나 소스도 구입할 수 있으니, 관심 있다면 사장님께 문의해 보자.
* 가게가 허름한 편이니, 깔끔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쑈 앱샙은 나만의 작은 조치원태국이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향긋한 추억과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곳. 오늘 하루, 쑈 앱샙에서 태국의 향기를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뿌팟퐁커리
부드러운 게살과 코코넛 밀크의 조화가 일품인 뿌팟퐁커리
다채로운 태국 요리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태국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쑈 앱샙
태국식 쌀국수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태국식 쌀국수
쑈 앱샙 내부 전경
정겨운 분위기의 쑈 앱샙 내부
다양한 태국 음식 메뉴
풍성한 한 상 차림으로 즐기는 태국 음식
쑈 앱샙 메뉴
다양한 태국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쑈 앱샙 메뉴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태국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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