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야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 텅 빈 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요동치는 배꼽시계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왔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며 스마트폰을 켰다. 화려한 음식 사진들이 눈을 현혹했지만, 결국 나의 발길을 잡아끈 것은 익숙한 초록색 간판, 바로 ‘김밥천국’이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수자원공사 앞에 자리한 이곳은, 늦은 시간에도 따뜻한 밥 한 끼를 원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분식집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덕분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김밥, 라면, 덮밥, 찌개… 없는 게 없는 다양한 메뉴 구성은 언제 봐도 놀랍다.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결국 나의 선택은 김밥과 라볶이였다. 이 조합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은 밝은 미소로 “반찬은 셀프입니다”라고 안내해주셨다. 곧바로 반찬 코너로 향했다. 김밥천국의 숨겨진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이 푸짐한 셀프 반찬이다. 마치 백반집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콩자반, 김치, 깻잎장아찌, 어묵볶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을 보니, 마치 엄마가 차려준 집밥을 보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접시에 먹을 만큼만 담아 테이블로 돌아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콩자반 한 입을 맛봤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깻잎장아찌는 향긋한 깻잎 향과 짭짤한 양념이 어우러져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어묵볶음은 쫄깃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반찬 하나하나가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기세였다. 하지만 과식은 금물. 메인 메뉴를 위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밥과 라볶이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볶이의 붉은 자태는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했다. 김밥은 꼬소한 참기름 냄새를 풍기며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식사 시간이다.
먼저 라볶이부터 맛봤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자, 쫄깃한 면발이 붉은 양념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후루룩 소리를 내며 면을 입안으로 가져갔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혀를 감싸는 순간,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떡볶이 떡은 쫄깃쫄깃했고, 어묵은 부드러웠다. 라볶이 국물에 김밥을 찍어 먹으니, 그 맛은 더욱 환상적이었다. 매콤한 라볶이와 고소한 김밥의 조화는 가히 천상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김밥은 기본 김밥이었지만, 속이 알차게 들어있었다. 밥, 햄, 단무지, 오이, 당근, 계란 등 다양한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안을 즐겁게 했다. 특히 꼬소한 참기름 향이 김밥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김밥 한 줄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정신없이 김밥과 라볶이를 먹다 보니, 어느새 그 많던 음식들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배는 빵빵했고,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역시 김밥천국은 언제나 옳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맛있는 음식, 친절한 서비스까지. 이 모든 것을 갖춘 김밥천국은 나에게 단순한 분식집 그 이상이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묻는 직원분의 인사에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덧붙였다. 직원분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가게 문을 나서며, 다시 한번 김밥천국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늦은 시간,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밥 한 끼. 이것이 바로 김밥천국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수원에서 24시간 운영하는 든든한 맛집, 김밥천국은 앞으로도 나의 단골집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따뜻한 밥 한 끼 덕분에 몸과 마음이 든든해진 기분이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함께, 내일도 힘내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역시 밥심은 위대하다. 그리고 그 밥심을 채워주는 김밥천국은 더욱 위대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메뉴를 먹어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