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곳. 9월의 마지막 자락을 붙잡고 떠난 늦은 여름휴가, 목적지는 당연히 닭갈비였다.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춘천. 지난번 방문 때 우성닭갈비에서 철판 닭갈비를 맛봤던 터라, 이번에는 숯불 닭갈비를 먹을까, 아니면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짝꿍의 의견을 따라 다시 철판 닭갈비를 선택했다.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는 놓칠 수 없고, 그중에서도 철판 닭갈비가 가장 무난하다는 결론이었다.
수많은 닭갈비집 중에서 어디를 가야 할까. 처음에는 춘천중앙시장을 구경할 겸 명동 닭갈비 골목에 가볼까 생각했지만, 삼악산케이블카에서 숙소인 더잭슨나인스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명동우미닭갈비’로 최종 목적지를 정했다. 우미닭갈비라는 이름의 식당은 춘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심지어 비슷한 이름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더욱 늘어난다. 춘천 명동에는 우미닭갈비 본점이 자리하고 있고, 내가 방문한 곳은 ‘명동우미닭갈비’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 그 족보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since 1970,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명동우미닭갈비. 어쩌면 이곳이 닭갈비의 오리지널일지도 모른다는 추측과 함께, 다른 우미닭갈비들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은 채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6시 30분,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잠시 후, 내 뒤로도 대기 줄이 생겨나는 것을 보니,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식당 내부는 50년의 역사를 짐작게 하듯,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노포의 분위기를 풍겼다. 낡은 테이블과 의자, 벽에 붙은 낙서들이 이곳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메뉴는 닭갈비와 닭내장, 단 두 가지로 심플했다. 지난번 우성닭갈비에서도 닭내장을 맛보았지만, 이번에는 닭갈비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닭갈비 2인분을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닭갈비가 순식간에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커다란 철판 위에 닭갈비와 양배추, 고구마, 깻잎 등 각종 채소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직원분들이 능숙한 솜씨로 닭갈비를 볶아주셔서, 우리는 편안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 매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붉은 양념이 닭고기와 채소에 골고루 배어들면서 점점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닭갈비가 익어가는 동안, 셀프바에서 상추, 고추, 양파, 마늘, 김치 등을 가져왔다. 닭갈비와 함께 곁들여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였다.

드디어 닭갈비가 완전히 익었다. 직원분께서 “이제 드셔도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철판 위 닭갈비 한 조각을 내 접시 위에 올려주셨다. 젓가락을 들고 닭갈비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한 양념의 풍미. 닭고기는 부드럽고 쫄깃했고, 양배추는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깻잎의 향긋한 향이 닭갈비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맛은 정말 무난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살짝 매콤한 정도였고, 양배추, 고구마, 깻잎 등 닭갈비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재료들의 조화가 좋았다. 특별히 튀는 맛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흠잡을 데 없는, 딱 표준적인 닭갈비의 맛이었다. 춘천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닭갈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맛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추에 닭갈비와 양파, 마늘, 고추를 올려 쌈을 싸 먹으니, 또 다른 맛이었다. 매콤한 닭갈비와 신선한 채소들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조화로운 맛을 냈다. 쌈을 싸 먹으니 닭갈비를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다. 정신없이 닭갈비를 먹다 보니 어느새 철판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닭갈비를 다 먹고 볶음밥을 주문하려는데, 메뉴판에 ‘누룽지롤볶음밥’이라는 특이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왠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일 것 같다는 생각에 궁금증이 일었지만, 옆 테이블에서 먹는 모습을 보니, 볶음밥을 바닥에 눌린 후 얇게 펴서 돌돌 말아 놓은 것이었다. 썩 끌리는 비주얼은 아니었기에, 누룽지롤볶음밥 대신 일반 볶음밥 2인분을 주문했다.

직원분께서 남은 닭갈비 양념에 김치와 밥을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주셨다. 볶음밥이 철판 바닥에 눌어붙기 시작하자,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볶음밥을 얇게 펴서 누룽지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누룽지를 돌돌 말아서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누룽지볶음밥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묘한 식감을 자랑했다. 고소한 누룽지의 풍미와 매콤한 닭갈비 양념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닭갈비를 먹고 남은 양념에 볶아 먹는 볶음밥은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볶음밥을 먹으니 정말 배가 불렀다. 닭갈비와 볶음밥, 완벽한 조합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 길, 벽면에 붙어있는 수많은 낙서들이 눈에 들어왔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낙서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등 닭갈비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글들이 가득했다. 나도 펜을 들고 벽 한쪽에 작은 낙서를 남겼다. “50년 전통, 닭갈비 맛집 인정! 볶음밥 꼭 드세요!”

명동우미닭갈비는 춘천 풍물시장 사거리 근방에 위치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닭갈비집이라고 한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닭갈비의 정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스러운 손맛으로 만들어낸 닭갈비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특히 닭갈비를 먹고 남은 양념에 볶아 먹는 볶음밥은 꼭 맛봐야 할 메뉴다. 얇게 펴서 누룽지처럼 만들어 돌돌 말아주는 볶음밥은 이곳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식당 바로 뒤에 10여 대 정도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지만, 이중 주차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닭갈비의 맛과 친절한 서비스는 이러한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계산을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서는 순간, 주차 안내를 도와주시는 할아버지 직원분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안전운전하세요!” 따뜻한 인사에 기분 좋게 식당을 나설 수 있었다. 닭갈비 맛도 좋았지만,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닭갈비 냄새가 옷에 배어있는 듯했다. 춘천 닭갈비는 먹을 때는 맛있지만, 먹고 나서면 옷에 밴 냄새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는 포기할 수 없는 메뉴다.
춘천에서의 닭갈비, 이번에도 성공적이었다. 맛있는 닭갈비와 볶음밥,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다음 춘천 여행 때도 명동우미닭갈비를 다시 찾을 것 같다. 그때는 누룽지롤볶음밥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여행 꿀팁: 춘천 닭갈비 골목에는 수많은 닭갈비집이 있지만, 맛과 서비스는 천차만별이다.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이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닭갈비 외에도 막국수, 닭갈비빵 등 다양한 춘천 명물 음식을 맛보는 것도 잊지 말자. 춘천 여행은 언제나 옳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춘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춘천은 언제나 나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해주는 곳이다. 닭갈비의 매콤한 맛과 춘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품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춘천, 또 올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