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을 가득 안고 도착한 속초. 푸른 바다와 싱싱한 해산물 요리들을 잔뜩 기대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는 따뜻한 집밥 같은 한식이 그리워졌다. 물회와 회로 가득 찬 여행 가방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어머니의 손맛, 그 정겨운 맛을 찾아 나선 길 끝에서 나는 콩새식당이라는 작은 보석을 발견했다.
동명항 근처, 자그마한 골목길 어귀에 자리 잡은 콩새식당은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간판에는 세월의 더께가 앉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함이 느껴지는 외관이었다. ‘콩새식당’이라는 정겨운 이름과 함께 큼지막하게 적힌 전화번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게 앞에는 ‘생물 생선 전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신선한 재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대여섯 개 남짓, 소박하지만 정갈한 분위기였다. 벽에는 손님들이 남긴 흔적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메뉴와 가격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장님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혼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시는 듯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가자미조림과 장치조림이 대표 메뉴인 듯했다. 장치라는 생선은 동해안에서만 잡힌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아쉽게도 그날은 재료가 다 떨어져 가자미조림만 가능하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가자미조림 2인분을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위로 푸짐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 밥상을 받는 듯한 푸근한 느낌이었다. 멸치볶음, 김치, 가자미식해, 상추대, 미역, 열무김치, 사라다, 메추리알 등 무려 12가지나 되는 반찬들이 하나같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젓갈 종류가 다양했는데,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젓갈들은 김에 싸 먹으니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자미조림이 등장했다. 냄비 가득 담긴 가자미조림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뽀얀 가자미 위로 매콤한 양념이 듬뿍 올려져 있었고, 냄비 안에는 무와 감자, 양파 등 다양한 채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보글보글 끓는 가자미조림의 냄새는 코를 자극했고,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드디어 젓가락을 들고 가자미 살을 발라 한 입 맛보았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가자미 살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양념은 너무 맵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맛이었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양념은 밥에 슥슥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가자미조림 안에는 무와 감자도 듬뿍 들어 있었는데, 양념이 푹 배어 더욱 맛있었다. 특히 무는 부드럽게 뭉개지는 식감이 일품이었고, 감자는 포슬포슬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밥 위에 가자미 살과 무, 감자를 함께 올려 먹으니 정말 최고의 조합이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가자미식해는 톡 쏘는 매콤함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상추 줄기로 만든 반찬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독특했고, 멸치볶음은 달콤 짭짤한 맛이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젓갈은 김에 싸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환상적이었다.
정신없이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밥 한 공기를 추가로 주문해서 가자미조림과 밑반찬을 남김없이 해치웠다. 정말이지 밥 두 공기는 기본으로 먹을 수밖에 없는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했다. 가자미조림 2인분에 3만 원, 밥값은 1인당 1천 원이었는데, 현금으로 계산하면 밥값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푸짐한 양과 맛,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정말 완벽한 식사였다.
콩새식당은 규모가 크지 않고, 테이블도 좌식이라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은 음식 맛으로 충분히 커버가 되었다.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시기 때문에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지만, 친절하신 사장님의 미소와 맛있는 음식 덕분에 기다림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콩새식당은 현지인들에게도 속초 맛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도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어르신들이 택배 주문을 하거나 포장 주문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그만큼 맛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콩새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따뜻함과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정겹고 소박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콩새식당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속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화려한 해산물 요리도 좋지만, 콩새식당에서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푸짐한 밑반찬과 칼칼한 가자미조림은 지친 여행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콩새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속초의 정과 맛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속초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그땐 꼭 장치조림을 맛볼 수 있기를 바라며…
돌아오는 길, 따뜻한 숭늉 한 잔을 마시며 콩새식당에서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가자미조림의 매콤한 양념과 젓갈의 짭짤한 맛, 그리고 사장님의 따뜻한 미소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콩새식당은 내게 단순한 식당이 아닌, 속초의 잊을 수 없는 맛으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