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여행의 마지막 날, 서울로 향하는 길목에서 평창이라는 작은 도시를 잠시 들렀다.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낯선 풍경 속에서 새로운 맛을 찾아보고 싶다는 충동적인 이끌림이었을 뿐. 평창은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이어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곳이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대로변이었지만, 울창한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간신히 발견한 입구는 좁고 깊숙했는데, 주차된 차들이 없었다면 이곳에 식당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차를 세우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니, 낡은 나무로 지어진 오래된 가옥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붉은색 나무 프레임의 유리문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너머로 언뜻 보이는 실내 풍경은 따뜻하고 아늑해 보였다.

입구는 좌측의 카페와 우측의 식당으로 나뉘어 있었다. 낡은 가옥을 개조한 듯한 공간은, 현대적인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묘하게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예약하셨어요?”
미닫이 문을 열자, 주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퉁명스러운 듯한 남자 서버의 첫마디에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자리를 안내받았다. 테이블은 열 개 남짓, 넉넉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아늑하게 느껴졌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화장실 가는 길목에도 테이블이 놓여 있는 것이 조금 불편했지만, 이 또한 옛 가옥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요소였다. 천장에는 꼬마전구들이 달려 있어 은은한 분위기를 더했고, 나무로 된 천장과 벽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메뉴판은 벽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A4 용지에 인쇄된 간소한 것이었다. 2인 세트를 추천받아 닭볶음탕 반 마리와 곤드레밥 1인분, 우동사리를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과 함께 모듬전이 먼저 나왔다.

메밀전병은 얇고 쫄깃한 피에 매콤한 소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튀긴 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여 달콤한 소스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다른 전들은 평범했지만, 밑반찬들은 정갈하고 깔끔해서 곁들여 먹기에 좋았다. 특히 갓김치는 적당히 익어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볶음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끓는 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뽀얀 우동 사리가 얹어진 닭볶음탕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테이블마다 놓인 가스 버너 덕분에 따뜻함을 유지하며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닭고기는 토종닭이라 그런지 큼지막했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닭다리 하나를 집어 들고 뜯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닭고기 사이사이로 스며든 양념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 짭짤하여 밥과 함께 먹기에 완벽했다. 특히 푹 익은 감자는 포슬포슬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닭볶음탕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닭볶음탕 국물은 고추장 베이스에 가까웠는데,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매운맛이 인상적이었다. 끓이면 끓일수록 국물이 진해져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곤드레밥에 국물을 쓱쓱 비벼 먹으니, 향긋한 곤드레 향과 매콤한 닭볶음탕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쫄깃한 우동 사리는 닭볶음탕 양념을 듬뿍 흡수하여 그 자체로도 훌륭한 요리가 되었다. 면을 후루룩 삼킬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한 양념 맛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해졌다. 닭볶음탕의 푸짐한 양에 놀랐고, 맛 또한 훌륭해서 만족스러웠다.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섰다. 식당 바로 옆에는 ‘감자창고’라는 카페가 있었는데, 곤드레 젤라또와 감자 젤라또를 판매하고 있었다. 배가 너무 불러 젤라또를 맛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평창에서의 짧은 식사는 예상치 못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낡은 가옥에서 맛본 토종닭 닭볶음탕은, 잊을 수 없는 맛과 향기로 기억될 것이다. 평창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남자 서버의 퉁명스러운 말투는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식당의 위치가 외진 곳에 있어 찾아가기 쉽지 않다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가 모든 단점을 덮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평창은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오대산 비로봉 등산을 마치고 방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등산 후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닭볶음탕은 최고의 보상이 될 것이다.
진부 지역에서 유명한 맛집이라고 하니, 평창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토종닭의 쫄깃함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닭볶음탕은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