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를 설렘이 피어오르는 곳. 푸른 바다와 굽이치는 해안선, 그리고 알록달록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흰여울문화마을까지. 낭만적인 풍경에 흠뻑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할 때,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 하나, ‘밀면’. 그래, 부산에 왔으니 밀면을 안 먹고 갈 수는 없지. 폭풍 검색 끝에 찾아낸 곳은 영도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동방밀면”이었다.
흰여울문화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동방밀면. 낡은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겉모습은 소박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에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4팀 정도가 웨이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면 요리 특성상 회전율이 빠르다는 정보를 입수했기에, 큰 걱정 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미리 스캔했다. 물밀면, 비빔밀면, 짜장면, 짬뽕까지. 밀면 전문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짜장면과 짬뽕도 판매하는 것이 의외였다.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첫 방문이니만큼 기본에 충실하기로 하고 물밀면과 비빔밀면을 하나씩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눈에 띈 것은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이었다. 정겹게 손글씨로 쓰여진 메뉴와 가격이 왠지 모르게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물밀면 7,000원, 비빔밀면 7,500원. 곱빼기는 500원 추가.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정도 가격이라니, 정말 혜자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불이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따뜻한 육수는 셀프라는 안내도 잊지 않고 있었다.

주문을 마치고 따뜻한 육수를 직접 가지러 갔다. 스테인리스 주전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육수를 종이컵에 담아 한 모금 마시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멸치 육수 특유의 감칠맛과 은은한 파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차가운 밀면을 먹기 전에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밀면이 등장했다. 먼저 물밀면. 큼지막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밀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 위로 쫄깃해 보이는 면발과 함께 삶은 계란 반쪽, 얇게 썰린 돼지고기 수육, 오이, 그리고 다진 양념이 얹어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육수와 양념을 잘 섞은 후, 면을 크게 들어올려 한 입 맛보았다. 쫄깃하면서도 탄력 있는 면발이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시원한 육수는 은은한 단맛과 함께 감칠맛이 느껴졌고, 다진 양념은 매콤함을 더해 주어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냈다. 특히, 얇게 썰린 돼지고기 수육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밀면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다음은 비빔밀면. 붉은 양념이 듬뿍 얹어진 비빔밀면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물밀면과 마찬가지로 삶은 계란과 돼지고기 수육, 오이가 고명으로 올려져 있었지만, 비빔밀면에는 특유의 꼬소한 참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비빔밀면 역시 젓가락으로 면과 양념을 골고루 비벼 한 입 맛보았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쫄깃한 면발과 어우러지는 매콤달콤한 양념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다만, 비빔밀면은 단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주문 시 미리 덜 달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밀면과 함께 만두도 하나 주문했다. 얇은 피에 속이 꽉 찬 만두는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밀면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특히, 매콤한 비빔밀면을 먹다가 만두를 한 입 먹으면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정신없이 밀면을 흡입하다 보니 어느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밀면 특유의 매콤달콤한 맛이 훌륭했다. 특히, 비빔밀면은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맛이라 자꾸만 손이 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게 앞에 대로변에 잠시 주차할 수는 있지만, 점심시간에는 단속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맛있는 밀면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방밀면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밖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영도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굳이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니지만, 영도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흰여울문화마을과 가까우니, 관광 후 식사 장소로 이용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동방밀면에서 맛있는 밀면을 먹고 나오니, 다시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영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여행의 활력소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다음에는 짬뽕 맛도 한번 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나는 동방밀면에서의 맛있는 추억을 곱씹으며 다음 영도 방문을 기약했다. 그때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총평:
* 맛: 물밀면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 비빔밀면은 매콤달콤한 맛이 일품. 특히 비빔밀면은 단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주문 시 미리 요청하는 것이 좋다.
* 가격: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가성비가 훌륭하다.
* 분위기: 오래된 동네 맛집의 정겨운 분위기.
* 서비스: 셀프 시스템이지만, 친절한 직원들의 응대가 인상적이다.
* 주차: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대중교통 이용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