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맛보는 안양 노포의 감동, 복무무춘 짬뽕이 있는 숨겨진 동네 맛집

오래된 친구에게서 묘한 이야기를 들었다. 안양역 근처에 허름한 중국집이 있는데, 짬뽕 맛이 기가 막히다는 것이다. 그는 짬뽕을 즐기지 않았던 사람이었지만, 그 집 짬뽕을 먹고 짬뽕을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단순히 맛있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먹고 나서 속이 더부룩한 느낌 없이 하루 종일 행복하다나. 마치 ‘사랑에 빠진 짬뽕’이라도 되는 듯했다. 나는 그의 극찬에 홀린 듯, 그 ‘복무무춘’이라는 곳을 찾아 나섰다.

안양역에서 10분 정도 걸었을까, 낡은 벽돌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중화요리’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핑크색 바탕에 앙증맞은 꼬마 요리사 그림이 그려진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요즘 흔한 세련된 느낌은 전혀 없었지만,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다. 마치 어릴 적 동네에서 흔히 보던 정겨운 중국집 같은 분위기였다.

평일 오전 10시 40분, 오픈 시간(10시 30분)을 갓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가게 앞에는 서너 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었지만, 이미 만차였다. 주변 골목에 겨우 주차를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테이블이 겨우 네 개밖에 없는 작은 가게였다. 2인용 테이블 하나, 6인용 테이블 하나, 그리고 4인용 테이블 하나. 좁은 공간은 기다림을 더욱 길게 느껴지게 했다. 벽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 기본적인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했다. 짜장면이 6천 원(홀에서 먹으면 5천 원!), 탕수육 소자가 1만 9천 원이라니.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잠시 후, SBS 생활의 달인에 탕수육, 짬뽕 달인으로 선정되었다는 명패가 눈에 들어왔다.

복무무춘 메뉴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메뉴판. 저렴한 가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봤다. 낡은 벽지와 삐걱거리는 의자, 군데군데 벗겨진 테이블 등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편안함이랄까. 주방에서는 칼칼한 짬뽕 국물 냄새와 기름 냄새가 끊임없이 풍겨져 나왔다. 꼬르륵, 뱃속에서 요동치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탕수육과 짬뽕을 주문했다. 탕수육은 꼭 먹어봐야 한다는 친구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고, 짬뽕은 이 집의 대표 메뉴였기 때문이다. 잠시 후, 탕수육이 먼저 나왔다. 뽀얀 튀김옷을 입은 탕수육은 보기만 해도 바삭함이 느껴졌다. 튀김옷은 마치 물에 튀긴 것처럼 맑고 깨끗했다. 기름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정말 잊고 있었던 옛날 탕수육 맛이었다.

복무무춘 영업시간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니 방문 시 참고하세요.

탕수육 소스는 간장과 함께 따로 나왔다. 찍먹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소스에 찍어 먹으니, 새콤달콤한 맛이 탕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탕수육은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고 계속 바삭했다. 튀김옷에 무슨 비법이 있는 걸까? 탕수육 소(小)자를 시켰는데도 양이 꽤 많았다. 둘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복무무춘 탕수육
뽀얀 튀김옷이 인상적인 탕수육. 바삭함이 눈으로도 느껴진다.

다음으로 짬뽕이 나왔다. 짬뽕 그릇에는 홍합과 오징어가 가득 담겨 있었다. 면은 직접 만드신 건지 쫄깃하고 탱탱했다. 국물은 해물을 사용해서 그런지 시원하고 깔끔했다.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칼칼하면서도 약간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면을 다 먹고 밥을 말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짬뽕 국물은 느끼함 없이 깔끔했고, 해산물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특히 홍합이 정말 신선했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왜 사람들이 이 짬뽕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복무무춘 짬뽕
푸짐한 해산물이 인상적인 짬뽕. 국물이 정말 시원하고 깔끔하다.

옆 테이블에서는 간짜장을 시켜 먹고 있었다. 짜장 소스에 양파, 감자, 돼지고기 등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다음에는 간짜장도 꼭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볶음밥을 시켜 먹고 있었다. 볶음밥 위에 계란 후라이 두 개가 얹어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볶음밥을 시키면 짬뽕 국물도 함께 준다고 한다.

가게는 노부부 두 분이서 운영하고 계셨다. 사장님은 친절하셨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조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그만큼 갓 만든 따뜻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테이블이 몇 개 없어 회전율이 느린 편이지만,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복무무춘 달인
SBS 생활의 달인에 탕수육, 짬뽕 달인으로 선정되었다는 명패.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 정도 기다릴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나의 속삭임에 용기를 얻는 듯했다. 나 역시 다음에 또 방문할 의사가 있다. 그땐 볶음밥과 간짜장을 꼭 먹어봐야지.

복무무춘 외관
오래된 벽돌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복무무춘’.

집에 돌아와서도 탕수육의 바삭함과 짬뽕의 시원함이 계속 떠올랐다. 왜 동생이 그토록 가자고 졸랐는지, 왜 사람들이 2시간이나 기다려서 먹는지 알 것 같았다. 복무무춘은 단순히 맛있는 중국집이 아니라, 추억과 정이 느껴지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마치 어릴 적 동네에서 먹던 짜장면처럼, 잊고 있었던 소중한 기억을 되살려주는 곳이었다.

복무무춘 간짜장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간짜장. 다음 방문 때는 꼭 먹어봐야지.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가 좁고 테이블이 적어서 웨이팅이 너무 길다는 점,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 그리고 위생 상태가 조금 아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수할 만큼 맛있는 곳이었다. 진정한 안양 맛집을 찾는다면, 복무무춘을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기다림은 길겠지만,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복무무춘 전체메뉴
탕수육, 짬뽕, 짜장면, 볶음밥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