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햇살이 유난히 맑았다. 이런 날은 집에서 뒹굴 거릴 수 없지.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하나씩 정복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대전 대흥동에 위치한 ‘풍미식당’. 신랑이 대전으로 발령받은 후, 입이 닳도록 칭찬했던 김치찌개 전문점이다. 드디어 오늘, 그 맛을 직접 확인해 볼 기회가 왔다.
서대전 네거리 근처, 예술가의 집 바로 옆 골목에 자리 잡은 풍미식당은 생각보다 아담한 외관이었다. 겉모습은 소박했지만, 왠지 모르게 풍겨져 나오는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나무로 지어진 2층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고, 간판에는 ‘풍미식당’이라는 정갈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은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였다.
주차는 쉽지 않았다. 가게 앞에 겨우 두 대 정도 댈 수 있는 공간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자리가 없었다. 주변을 몇 바퀴나 돌았을까, 다행히 근처 골목길에 자리가 나서 겨우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후기를 미리 보았기에 망정이지, 그냥 왔더라면 낭패를 볼 뻔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왁자지껄한 소리, 숟가락과 젓가락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벽면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낙서와 메시지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는데, 이곳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2층으로 안내받았다. 1층보다는 조금 더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메뉴판을 보니 김치찌개, 닭볶음탕, 제육볶음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역시 이곳의 대표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특히 갈비가 들어간 김치찌개가 인기라고 해서, 2인 세트 메뉴(김치찌개 + 제육볶음 + 라면사리)를 주문했다. 가격은 25,000원. 혼자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맛있는 김치찌개를 맛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들이 먼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김치,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시금치 무침, 그리고 케첩이 듬뿍 뿌려진 계란말이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계란말이는 어릴 적 도시락 반찬으로 자주 먹던 추억의 맛이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계란말이를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맛이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치찌개가 등장했다. 큼지막한 냄비 안에는 100% 국내산 배추로 만들었다는 김치가 듬뿍 들어 있었고, 그 위에는 큼지막한 갈비가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파와 고추로 장식된 겉모습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찌개가 끓기 시작하자,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김치 향이 코를 찔렀다.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김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묵은지의 깊은 맛과 갈비의 감칠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듯했다.
나는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찌개 안에 들어있는 갈비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뼈에서 살이 쏙쏙 분리되었다. 푹 익은 김치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김치찌개 맛을 음미했다. 왜 신랑이 그토록 풍미식당 김치찌개를 칭찬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세트 메뉴에 포함된 제육볶음도 빼놓을 수 없었다. 철판 위에 올려진 제육볶음은 매콤한 양념과 돼지고기의 조화가 훌륭했다. 돼지갈비인지 삼겹살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적절한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이 좋았다. 알싸한 맛이 느껴지는 양념은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쌈 채소에 밥과 제육볶음을 함께 싸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어느 정도 김치찌개를 먹고 난 후, 라면사리를 추가했다. 끓는 찌개에 라면을 넣으니, 국물이 순식간에 걸쭉해졌다. 꼬들꼬들하게 익은 라면을 후루룩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김치찌개 국물이 라면에 스며들어, 더욱 깊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라면 사리는 김치찌개의 맛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주는 마법과도 같았다.
나는 정말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풍미식당은 14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대전의 숨은 맛집이다. 푸짐한 양과 깊은 맛은 물론, 정겨운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100% 국내산 배추로 만든 김치찌개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묵은지의 깊은 맛과 갈비의 감칠맛이 어우러진 국물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은 큰 단점이었다. 하지만 맛있는 김치찌개를 맛보기 위해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음식이 조금 달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묵은지의 시큼함을 잡기 위해 설탕을 사용하는 듯했지만,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풍미식당은 돼지갈비 김치찌개와 돼지고기 두루치기, 그리고 묵은지 닭볶음탕까지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특히 김장 김치를 만 포기나 담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따뜻한 마음씨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묵은지 닭볶음탕에 도전해 봐야겠다. 묵은지 닭볶음탕은 푹 익은 묵은지와 닭고기의 조합이 환상적이라고 한다. 둘이서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항상 그림의 떡처럼 바라만 봤었는데, 다음에는 꼭 먹어봐야겠다.
풍미식당에서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고 나오니,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대전 지역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풍미식당에 들러 김치찌개의 참맛을 느껴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풍미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는 꼭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야겠다.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으니, 아직도 입안에 김치찌개 향이 맴도는 듯했다. 오늘 하루, 정말 행복했다. 내일은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