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뭉게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마치 오래된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드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들의 모습은 평화로운 동화 속 풍경 같았고, 나는 그 풍경 속에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떠올렸다. 양떼목장을 천천히 거닐며 사진도 찍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려대는 소리에 이끌려, 미리 점찍어둔 대관령 맛집으로 향했다. 남경식당. 횡계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라고 했다. 꿩만두국과 메밀막국수가 특히 유명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잔뜩 기대를 품은 채 차를 몰았다. 식당 앞에 다다르니 넓은 주차장이 눈에 띄었다. 주차 공간이 넉넉해서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 좌석과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좌식 공간이 있었는데, 나는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테이블 좌석을 선택했다. 벽 한쪽에는 신발장이 놓여 있었는데, 가지런히 정리된 신발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에서 볼 수 있듯, 신발장 위에는 ‘분실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괜히 한 번 더 신경 쓰게 되는 문구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꿩만두국과 메밀막국수 외에도 수육, 떡국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처음 계획대로 꿩만두국과 메밀막국수를 주문하기로 했다. 꿩만두는 흔히 접하기 힘든 메뉴라 더욱 기대가 됐다.
주문 후,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넓고 깔끔한 홀은 시원한 느낌을 주었고, 통창 너머로는 초록빛 밀밭이 펼쳐져 있었다. 아쉽게도 겨울이라 밀밭은 텅 비어 있었지만, 탁 트인 시야 덕분에 답답함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기다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꿩만두국과 메밀막국수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먼저 꿩만두국. 뽀얀 국물 위로 김 가루와 깨가 솔솔 뿌려져 있었고, 동그란 만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처럼 뽀얀 국물에 담긴 만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이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간이 세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고, 슴슴한 맛이 오히려 재료 본연의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듯했다.
만두를 반으로 갈라 속을 들여다봤다. 꿩고기와 김치, 두부 등으로 가득 채워진 만두소는 꽉 찬 만족감을 선사했다. 꿩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김치의 아삭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마치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정성 가득한 만두국처럼, 따뜻하고 푸근한 맛이었다. 에서처럼 만두 속이 알차게 들어찬 모습은 다시 봐도 군침이 돈다.
이번에는 메밀막국수. 붉은 양념장과 김 가루, 오이, 그리고 특이하게도 채 썬 단무지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었다. 과 8에서 볼 수 있듯이, 넉넉한 양념장과 고명이 면을 완전히 덮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니,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면을 한 입 가득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식감이 재미있었다. 양념장은 매콤하면서도 달콤했고, 시원한 육수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막국수는 일반적인 강원도 스타일과는 조금 달랐다. 흔히 동치미 육수를 사용하는 막국수와는 달리, 냉면 육수와 비슷한 맛이 느껴졌다. 메밀 함량이 높은 뚝뚝 끊기는 면이 아닌, 냉면처럼 쫄깃한 면발도 독특했다. 하지만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육수의 조화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처럼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니,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만두국을 먹다가, 막국수를 먹다가, 번갈아 가며 먹으니 질릴 틈이 없었다. 특히 슴슴한 만두국과 매콤한 막국수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처럼 만두국과 막국수를 함께 놓고 보니, 더욱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와 배추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배추김치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만두국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깍두기 역시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 많던 음식들을 싹 비웠다. 와 10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육도 곁들여 먹으면 더욱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꼭 수육도 함께 시켜 먹어봐야겠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식당 입구에 놓인 커피 자판기를 발견했다. 믹스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잠시 식당 앞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방금 먹었던 꿩만두국과 메밀막국수의 여운을 음미했다.
남경식당. 깔끔한 식당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꿩만두국은 흔히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였고, 내 입맛에도 잘 맞았다. 대관령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따뜻한 만두국 한 그릇에 몸과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다녀온 것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추억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