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던 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한 친구가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돼지갈비집이 있다며 강력 추천했다. 대구에서 갈비로 꽤나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이름은 낙산가든. 1987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노포라고 하니, 그 세월만큼 쌓인 맛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왠지 모르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 내비게이션이 좁은 골목길로 안내했다. 역시, 오래된 맛집은 숨어있는 법이지. 도착해보니 역시나 주차 공간은 협소했다. 가게 앞 주차선이 그어져 있는 곳에 주차를 하면 유료지만, 주말에는 무료라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차를 가져오는 것보단 대중교통이 더 편할 수도 있겠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번쩍거리는 새 인테리어 대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낡은 좌식 테이블이 정겹게 놓여 있었다. 80년대 아버지, 어머니 손을 잡고 외식하러 왔던 갈비집 풍경이 떠오르는 듯했다. 기름때가 낀 환풍기와 낡은 테이블은 그 자체로 이 집의 역사를 증명하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끈한 숯불이 들어왔다. 곧이어 밑반찬들이 차려지는데, 파절이 대신 나온 상추 겉절이가 눈에 띄었다. 겉절이는 신선하고 아삭했으며, 적당히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갈비가 등장했다. 낙산가든의 돼지갈비는 특이하게도 목살과 갈비가 섞여서 나온다고 한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얼른 구워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침샘을 자극했다. 특수 제작했다는 구리빛 주물 불판은 석쇠와는 달리 조금만 신경 쓰면 고기가 쉽게 타지 않아 좋았다. 돼지갈비는 초벌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고기 굽기에 서툰 사람도 쉽게 구울 수 있다.

낙산가든의 또 다른 별미는 바로 우동 사리다. 불판 가장자리에 홈이 파여 있는데, 그곳에 우동 사리를 넣고 돼지갈비 양념과 함께 졸여 먹는 것이 이 집만의 특징이다. 사장님은 국물이 졸아들면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하셨다.
잘 익은 돼지갈비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은은한 숯불 향과 함께 달짝지근한 양념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고기는 부드러웠고, 육즙이 풍부했다. 양념이 과하지 않아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불판 위에서 자글자글 끓고 있는 우동 사리도 맛보았다. 쫄깃한 면발에 달콤 짭짤한 양념이 배어들어 정말 꿀맛이었다. 돼지갈비와 우동 사리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왜 이 집이 대구 3대 돼지갈비집으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후식으로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단돈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된장찌개는 정말 훌륭했다. 적절히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된장찌개는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었다. 김치도 함께 나오는데, 된장찌개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옆 테이블을 보니 물냉면을 시켜 드시는 분들도 계셨다. 시원한 육수에 쫄깃한 면발이 어우러진 물냉면도 맛있어 보였다. 다음에는 물냉면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산가든에서는 식사를 마치면 요구르트를 하나씩 제공해준다. 어릴 적 외식 후에 마시던 그 요구르트 맛 그대로였다. 소소하지만 기분 좋은 서비스였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메뉴판이 눈에 띄었다. 돌솥비빔밥, 냉면, 공기밥, 된장찌개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낙산가든은 맛도 맛이지만, 직원분들의 친절함에 더욱 감동받았다. 이모님들은 시종일관 친절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했고,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꼼꼼하게 챙겨주셨다. 고기를 구워주시기도 하고, 먹는 속도를 배려해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이 모두 좌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환기가 잘 안 되는 편이라 옷에 냄새가 배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낙산가든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돼지갈비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과하지 않은 양념과 부드러운 육질의 돼지갈비, 그리고 쫄깃한 우동 사리의 조합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친절한 직원분들의 서비스는 덤이다.

오랜만에 추억을 되살리며 맛있는 돼지갈비를 즐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대구에서 돼지갈비 맛집을 찾는다면, 낙산가든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꼭 물냉면도 함께 시켜 먹어야겠다. 낙산가든에서의 맛있는 추억을 가슴에 품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