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청도로 향했다. 목적지는 국도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이름부터 정겨운 “청보리 보릿고개”. 요즘처럼 화려한 음식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박한 보리밥 한 상이 주는 따스함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니, 마치 숨겨진 보석처럼 “청보리 보릿고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덕분에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주차장이 언덕 위에 있어 조금 가파르긴 했지만, 10대 정도는 거뜬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걸 보니,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따뜻한 나무색 테이블과 의자가 편안함을 더해주었고, 은은하게 퍼지는 음식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다행히 대기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어,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다. 1층 화단에는 다육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던지. 기다리는 시간조차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잠시 후, 드디어 자리를 안내받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보리밥 정식을 주문했다. 1인당 12,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푸짐한 한 상 차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10여 가지의 다채로운 반찬들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는데,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보리밥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리밥 위에 갖가지 나물들이 올려져 있었는데, 그 색감 조화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 한 입 맛보니, 구수한 보리밥과 향긋한 나물들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간이 세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고,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함께 나온 들깨 삼계탕도 인상적이었다. 뽀얀 국물에 닭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는데, 들깨의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닭고기도 어찌나 부드럽던지,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아내렸다. 특히,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았다.

다양한 나물 반찬들도 훌륭했다. 콩나물, 시금치, 무생채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는데,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서인지 맛과 향이 살아 있었다. 특히,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는 잡채는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다만, 식은 채로 나와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맛은 충분히 훌륭했다.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두부, 애호박, 양파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 있었고, 구수한 된장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간이 세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고, 보리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그리워 집에서 가져간 참기름을 살짝 넣어 비벼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역시 집에서 가져온 참기름은 깨끗하고 믿을 수 있어서 좋았다.
보리밥의 양이 조금 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물과 밥은 얼마든지 더 달라고 하면 된다. 푸짐한 인심 덕분에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만약 고소한 생선구이가 당긴다면, 고등어구이를 추가로 주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는데, 짭짤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따라 고등어가 평소보다 조금 퍽퍽하다고 했다. 지인도 평소보다 맛이 덜하다고 하는 걸 보니, 정말 운이 없는 날이었나 보다.
들깨 닭죽은 닭고기가 조금 덜 부드러워서 아쉬웠지만, 고소한 들깨 향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청보리 보릿고개” 앞 정원은 다육이와 꽃들로 가득했는데, 알록달록한 색감이 눈을 즐겁게 했다. 잠시 벤치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쬐며 여유를 만끽했다.
참고로, 이곳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직원들이 직접 주문을 도와주기도 한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밥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친절한 서비스도 돋보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말이나 휴일에는 웨이팅이 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오픈 시간을 노리거나, 식사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식탁이 깨끗하게 닦이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위생에 민감한 분들은 개인 물티슈를 챙겨가는 것이 좋겠다.
TK 지역, 특히 경주나 청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서비스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청보리 보릿고개”에서는 친절한 사장님과 직원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청보리 보릿고개”는 가성비 좋은 가격으로 푸짐하고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화려한 분위기나 특별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강력 추천한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거나, 손님을 접대하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땐 꼭 고등어구이가 맛있기를 바라면서! 청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청보리 보릿고개”에서 따뜻한 보리밥 한 상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워보는 건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