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아산 충무병원 근처를 지나던 나는 문득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며칠 전부터 몸도 으슬으슬하고, 따뜻한 무언가로 속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나는 자연스레 ‘장제일품 순두부’라는 간판 앞에 멈춰 섰다. 붉은색 조명이 감도는 간판과, “since 1998″이라는 문구가 어딘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24시간 영업이라는 점도, 늦은 시간까지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넓고 쾌적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라탄 소재의 의자들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병원 근처라 그런지, 혼자 식사하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다들 지친 표정이었지만, 뜨거운 순두부찌개를 앞에 두고는 하나같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도 얼른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쳤다.
메뉴는 정말 다양했다. 기본 순두부부터 해물, 곱창, 햄, 들깨, 굴, 섞어, 버섯, 떡, 만두, 황태, 김치, 콩비지, 청국장, 소고기, 돼지고기, 바지락, 닭, 쇠고기버섯, 굴, 꽃게, 새우, 햄치즈, 고기, 해장, 묵은지, 삼겹살, 짬뽕, 돈까스 순두부까지… 정말 없는 게 없었다. 결정 장애가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가장 기본인 ‘제일품 순두부’를 주문했다. 맵기는 보통으로 선택했다.
주문은 테이블마다 놓인 태블릿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메뉴 설명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제공되어 외국인 손님들도 어려움 없이 주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기다렸다. 천장에는 은은한 빛을 내는 조명들이 줄지어 달려 있었고, 벽면에는 메뉴 사진들이 걸려 있어 식욕을 자극했다. 곧이어, 친절한 직원분이 밑반찬을 가져다주셨다.

밑반찬은 무려 6가지나 되었다. 콩나물무침, 김치, 어묵볶음, 깍두기, 무말랭이, 그리고 이름 모를 나물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무말랭이는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있어,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게다가 셀프바에서 추가 반찬을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나는 콩나물무침을 한 번 더 리필해 먹었다. 아삭아삭한 콩나물의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붉은 국물 위로 몽글몽글한 순두부가 듬뿍 들어 있었고, 그 위에는 신선한 계란 노른자가 톡 하고 올라가 있었다.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침샘을 폭발시켰다.

순두부찌개와 함께 나온 것은 바로 돌솥밥이었다. 요즘 진짜 돌솥을 쓰는 집은 드문데, 이곳은 제대로 된 돌솥밥을 제공하고 있었다.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알들이 윤기를 자랑했다. 밥 위에는 단호박, 콩, 완두콩 등이 앙증맞게 올려져 있어, 보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나는 밥을 잽싸게 그릇에 퍼 담고, 돌솥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 준비를 했다.
드디어 순두부찌개를 맛볼 차례.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지는 국물이, 정말 밥도둑이었다. 부드러운 순두부는 입 안에서 살살 녹았고, 톡 터지는 계란 노른자는 고소함을 더했다. 나는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뜨거운 밥 위에 순두부찌개를 얹어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훌륭했다. 특히 꼬들꼬들한 무말랭이는 매콤한 순두부찌개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아삭한 콩나물무침은 입 안을 상쾌하게 해주었고, 달콤한 어묵볶음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김치를 찢어 밥 위에 올려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드디어 누룽지를 맛볼 차례가 왔다. 숭늉이 불어 뽀얗게 된 누룽지를 숟가락으로 긁어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뜨끈한 숭늉이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꼬들꼬들하게 눌어붙은 누룽지는, 씹는 재미까지 더했다. 나는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남김없이 싹싹 긁어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세상 시름이 잊혀지는 듯했다. 나는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 2시간 무료 주차도 지원해 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나오면서 보니, 가게 외관이 꽤나 눈에 띄었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고, 둥근 창문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장제일품 순두부’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떠올렸다. 맛있는 음식,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저녁 식사였다. 특히 늦은 시간까지 영업한다는 점이, 나처럼 밤늦게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메리트였다. 다음에는 제육볶음이나 두부김치에 소주 한잔 기울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돌이켜보면, ‘장제일품 순두부’는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그곳은 지친 하루를 위로받고, 따뜻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친절한 서비스를 통해 감동을 받는,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산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장제일품 순두부’를 추천할 것이다. 분명 그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