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왠지 모르게 매콤한 음식이 간절하게 당기는 날이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안양 맛집’을 띄워놓고 한참을 고심했다. 수많은 음식점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지만, 어쩐지 딱 이거다 싶은 곳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지인이 극찬했던 낙지볶음 전문점이 떠올랐다.
“거기 진짜 찐 맛집인데, 아는 사람만 가는 숨은 맛집이래.”
그의 말에 이끌려 ‘장금이 갯벌 낙지’를 목적지로 정하고 길을 나섰다. 간판에는 ‘남도음식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에는 낙지의 효능에 대한 글이 붙어 있었는데, 왠지 믿음이 갔다. 어르신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푸근함을 안겨주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낙지볶음, 연포탕, 갈치속젓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낙지볶음과 연포탕을 주문했다. 특히, “매생이죽 추가 주문은 무조건”이라는 어느 방문객의 후기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 매생이죽도 잊지 않고 추가했다.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차려지기 시작했다. 반찬 가짓수만 해도 열 가지는 족히 넘어 보였다. 짭조름한 갈치속젓, 꼬들꼬들한 풀치무침, 싱싱한 샐러드 등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갈치속젓은 젓갈 특유의 비릿함은 전혀 없이 감칠맛만 남아있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낙지볶음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접시 가득 담긴 낙지볶음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붉은 양념과 탱글탱글한 낙지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싱싱한 야채들이 듬뿍 들어있어, 보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았다.

젓가락으로 낙지 한 점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쫄깃쫄깃한 낙지의 식감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과하게 맵지 않고 적당히 매콤한 맛이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그런 중독적인 맛이었다.

낙지볶음을 어느 정도 먹고 있을 때, 연포탕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냄비에 맑은 육수와 싱싱한 야채, 그리고 살아있는 낙지가 통째로 들어 있었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꿈틀거리는 낙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안쓰러웠지만, 맛있는 냄새에 금세 마음이 흔들렸다.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낙지를 손질해 주셨다. 먹기 좋게 잘린 낙지는 다시 육수 속으로 풍덩 빠졌다. 야채와 낙지가 어느 정도 익자, 국자로 국물을 떠서 맛을 보았다.
“크으…!”
мис글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원하고 깊은 맛이었다. 맑고 깔끔한 육수는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쫄깃한 낙지와 아삭한 야채를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행복이 터지는 것 같았다. 특히, 연포탕 국물은 다음 날 숙취 해소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기대했던 매생이죽이 나왔다. 뜨끈한 뚝배기에 담겨 나온 매생이죽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매생이 특유의 향긋한 바다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뜨거운 낙지볶음과 시원한 연포탕으로 살짝 자극받았던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왜 다들 매생이죽을 추가하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이지 ‘무조건’ 추가해야 할 메뉴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이해 주셨다. 음식 맛은 괜찮았는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꼼꼼하게 물어보시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장금이 갯벌 낙지.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따뜻한 정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인생 낙지’ 집이었다. 전국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맛은 물론이고,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와 푸근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솔직히 나만 알고 싶은 숨은 맛집이지만, 좋은 건 함께 나누고 싶기에 용기 내어 이 글을 쓴다. 안양에서 낙지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장금이 갯벌 낙지를 방문해 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땐 연포탕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