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인 ‘옛날고기집’으로 향했다. 구미 중앙시장 근처, 재개발을 앞둔 낡은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이곳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정겨운 분위기를 풍겼다. 붉은 벽돌 건물에 빛바랜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 오히려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이미 몇몇 테이블에서는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는 갈비살 굽는 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영 주차장이 바로 앞에 있어 주차는 어렵지 않았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니, 역시 구미에서 꽤나 알아주는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대로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었지만, 그만큼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연통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습도 정겨웠다. 2021년에 확장했다고 하니, 예전보다는 훨씬 쾌적해졌을 것이다.
메뉴는 단 하나, 수입산 양념 소갈비살. 가격은 중(400g) 44,000원, 대(500g) 55,000원이다. 우리는 3명이었기에 대자를 시켰다. 가격만 놓고 보면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맛만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벽에 붙은 메뉴판 옆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낙서와 사장님의 익살스러운 글씨가 뒤섞여 있었다.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는 곳이 좋다.

주문하자마자 숯불이 들어왔다. 뜨겁게 달아오른 숯을 보니, 빨리 고기를 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곧이어 붉은빛의 소갈비살이 푸짐하게 담긴 접시가 나왔다. 양념에 살짝 버무려진 갈비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불판 위에 갈비살을 올리자, 치이익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양념된 고기라 쉽게 탈 수 있으니, 부지런히 뒤집어줘야 한다. 친구들과 번갈아 가며 고기를 굽는 동안, 가게 안은 더욱 시끌벅적해졌다.

잘 익은 갈비살 한 점을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육질과 함께 달콤 짭짤한 양념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 맛이지!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과하지 않은 양념은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숯불 향과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열무김치다. 시원하고 아삭한 열무김치는 소갈비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파절이가 없는 대신, 열무김치가 그 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푹 익은 열무김치를 고기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열무김치만 따로 포장 판매도 하고 있었다.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구수했다. 두부, 야채, 그리고 고기까지 푸짐하게 들어간 된장찌개는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특히, 밥에 말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된장찌개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나니,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술이 빠질 수 없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켜니, 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친구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고기를 먹으니,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었다.
사장님도 정말 친절하셨다.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의 불편한 점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농담도 건네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입산 고기라는 점이다. 물론 가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그래도 국산 한우였다면 얼마나 더 맛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 가게 위치가 재개발 예정 지역이라 언제까지 영업을 하실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도 안타까웠다. 부디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맛있는 갈비살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밤 11시가 다 되어 가게를 나섰다. 배는 든든했고, 마음은 따뜻했다. 옛날고기집은 단순한 고깃집이 아니라, 추억과 정이 느껴지는 구미의 소중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맛있는 갈비살과 된장찌개를 먹으며,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땐 꼭 열무국수도 맛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