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으로 향하는 길, 마음은 이미 푸른 바다와 드넓은 갯벌을 거닐고 있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차창 밖 풍경이 바뀌는 동안, 고창은 내게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 같은 곳이었다. 목적지는 오로지 하나, 싱싱한 바지락으로 끓여낸 칼국수 한 그릇이었다. 고창읍내에 숨겨진 맛집, ‘바지락 이야기’는 이미 입소문으로 자자한 곳이었다.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정감 넘치는 외관이었다. 톡톡 튀는 폰트의 간판과 함께, 싱싱한 바지락이 가득한 메뉴 사진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식당 안은 이미 점심시간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바지락 칼국수를 필두로 바지락 비빔밥, 바지락죽 등 다양한 바지락 요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바지락 정식’이었다. 전과 무침, 백합죽까지 맛볼 수 있다는 설명에 솔깃했지만, 처음 방문한 만큼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다. 바지락 칼국수와 함께, 왠지 모르게 끌리는 고기 손만두를 추가로 주문했다. 메뉴판 옆에 붙어있는 ‘한상차림’ 메뉴 안내문구도 인상적이었다. 다음에는 꼭 정식을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주문 후,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테이블마다 놓인 작은 버너와 냄비가 눈에 띄었다.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해 1인 칼국수를 따로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둔 세심한 배려였다. 벽 한쪽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효능을 적어놓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바지락이 간 기능 개선과 빈혈 예방에 좋다는 정보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김치, 깍두기, 콩나물무침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젓갈이 들어간 듯한 쿰쿰한 향이 매력적인 김치는 칼국수와의 조합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지락 칼국수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뽀얀 국물과 함께 싱싱한 바지락이 가득 들어 있었다. 파와 애호박 등 채소도 넉넉하게 들어 있어 시각적으로도 풍성함을 더했다. 스테인리스 국자에 국물을 한가득 떠서 맛보았다. 짭짤하면서도 시원한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정말이지, ‘시원하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깊고 묵직한 감칠맛이었다.

면발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려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맛보는 동안,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칼국수 맛이 떠올랐다. 면과 함께 바지락을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쫄깃한 바지락은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왔다.
함께 주문한 고기 손만두도 맛보았다. 큼지막한 만두는 얇고 쫄깃한 피 안에 육즙 가득한 고기 소가 꽉 차 있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칼국수와는 또 다른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만두 속 재료들이 신선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칼국수를 먹는 동안, 식당 안은 더욱 북적거렸다. 가족 단위 손님부터 연인, 친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칼국수를 즐기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묵묵히 칼국수와 만두를 먹는 데 집중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냄비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주인으로 보이는 인자한 미소의 아주머니가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왔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 국물이 끝내주네요.”라고 대답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식당 문을 나서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바지락 이야기’는 단순한 식당이 아닌, 고창의 푸근한 인심과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고창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다른 바지락 요리도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고창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싱싱한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으로 시작된 이날의 여행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고창 지역명에 숨겨진 바지락 맛집 ‘바지락 이야기’에서 맛본 칼국수는, 내 인생 최고의 칼국수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