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의 풍류를 동대문에서, 서울 한방오리탕 맛집 “고창집”에서 즐기다

초복을 코앞에 둔 어느 날, 끈적한 습도가 온몸을 휘감았다. 이럴 땐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백숙 한 상 거하게 차려 먹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현실은 야근에 치여 꼼짝도 할 수 없는 신세였다. 아쉬운 대로 ‘몸보신’ 키워드를 검색하다가, 문득 동대문에 숨겨진 노포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하여 ‘고창집’. 옻오리탕과 한방오리탕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먼 계곡까지 가지 않아도 풍류를 즐길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솔깃한 제안인가! 퇴근하자마자 곧장 동대문으로 향했다.

고창집은 겉모습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과, 그 아래 빼곡하게 붙은 메뉴 사진들이 맛집 포스를 풍겼다. 이미지 속 ‘고창집’ 간판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옻오리와 백숙을 전문으로 하는 자부심을 묵묵히 뽐내는 듯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가 확 느껴졌다. 이미 많은 손님들이 탕을 앞에 두고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큼지막한 냄비가 놓여 있고, 그 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
입맛을 돋우는 겉절이 김치와 깍두기, 신선한 고추

자리에 앉자마자 한방오리(55,000원)를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이 빠르게 차려졌다. 겉절이 김치, 깍두기, 파김치 등 종류도 다양했다. 특히 겉절이는 갓 버무린 듯 신선했고,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파김치는 톡 쏘는 맛이 강렬해서, 침샘을 자극했다. 탕이 나오기 전부터 밑반찬 덕분에 입맛이 확 살아났다. 특히 김치는 하나하나 깊은 맛을 자랑하며, 전라도 음식 전문점다운 내공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방오리탕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냄비 안에는 오리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었고, 그 위에는 보기 좋게 썰린 대파와 한약재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국물은 뽀얀 빛깔을 띠고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진하고 깊어 보였다. 끓기 시작하자, 냄비 안에서 온갖 재료들이 춤을 추듯 움직였다. 한약재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가면서, 코를 자극했다.

푸짐한 한방오리탕의 모습
보글보글 끓는 한방오리탕,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

국물부터 한 입 떠먹어 봤다. 진하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다양한 한약재가 들어가서 그런지, 단순히 닭 육수와는 차원이 다른 풍미였다. 몸속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오리 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뼈와 쉽게 분리되었다. 살코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잡내 하나 없이 담백하고 고소했다. 특히 껍질 부분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서, 씹는 재미가 있었다.

정신없이 오리 고기를 뜯어 먹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능이버섯 사리(15,000원)를 추가하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귀띔해주셨다. 능이버섯이라면, 그 귀한 식재료 아닌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능이버섯 사리를 주문했다.

잠시 후, 능이버섯이 한가득 담긴 접시가 나왔다. 갓 채취한 듯 싱싱해 보이는 능이버섯의 모습에 감탄했다. 사장님께서는 능이버섯을 탕에 넣고 살짝만 익혀서 먹으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말씀대로 능이버섯을 탕에 넣고 기다리니,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능이버섯을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쫄깃한 식감과 함께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풍미가 느껴졌다. 한방오리탕 국물과 어우러지니, 그 맛이 더욱 깊어졌다. 능이버섯의 풍미가 더해지니, 국물 맛이 한층 더 고급스러워진 느낌이었다.

능이버섯 사리의 모습
향긋한 풍미가 일품인 능이버섯 사리

어느 정도 오리 고기와 능이버섯을 건져 먹고 난 후, 칼국수 사리(2,000원)를 추가했다. 탕에 칼국수 사리를 넣고 끓이니, 걸쭉한 국물이 면에 착 달라붙었다. 칼국수 면은 쫄깃했고, 국물은 진하고 깊었다. 특히 김치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되었다. 칼국수 면을 후루룩 흡입하고,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으니, 정말 든든했다.

사실, 매장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서 다소 덥게 느껴졌다. 쉴 새 없이 끓어오르는 탕 냄비와, 연신 서빙을 하시는 직원분들의 분주한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 집중하다 보니 더위도 잊은 채 정신없이 먹었던 것 같다. 뜨거운 탕을 먹으면서 몸보신을 제대로 하는 기분이었다.

고창집에서는 다양한 김치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겉절이, 깍두기, 파김치 모두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특히 갓 담근 듯 신선한 겉절이는 아삭한 식감과 함께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고, 잘 익은 깍두기는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탕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알싸한 파김치는 톡 쏘는 맛이 강렬해서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사장님께서 “옻닭은 옻이 오를 수도 있으니, 미리 약을 드시는 게 좋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미처 옻닭을 먹을 생각은 못 했는데,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 다음에는 옻닭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창집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창집 간판

고창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굳이 멀리 계곡까지 가지 않아도, 동대문에서 이렇게 훌륭한 한방오리탕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사장님의 친절함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음에는 꼭 옻닭을 먹으러 다시 방문해야겠다. 동대문 근처에서 몸보신할 만한 맛집을 찾는다면, 고창집을 강력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 뜨끈한 국물 덕분에 몸은 따뜻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넘쳐나는 손님들에 비해 서빙 인력이 부족해, 김치나 술을 추가 주문할 때 바로바로 대응이 안 되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맛 하나만 놓고 보면,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할 만큼 훌륭했다.

고창집 메뉴
고창집 메뉴 안내

집에 도착해서도 고창집의 한방오리탕이 계속 생각났다.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오리 고기, 그리고 향긋한 능이버섯의 조화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올여름, 고창집 덕분에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