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는 모란역 먹자골목이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은 단연 ‘곱창’이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빛나는 어느 곱창집이었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은 이미 긴 웨이팅 줄로 북적이고 있었다. 간판에는 1996년부터 이어져 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그 오랜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외관에서부터 맛집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기다리는 동안 흘끗 보이는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테이블마다 곱창을 구워 먹는 모습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활기찬 직원들의 목소리와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테이블과 의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에서 믿음이 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양, 소곱창, 소대창, 소막창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우리는 가장 기본인 소곱창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는 곱창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다채로운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신선한 생간과 천엽이었다. 붉은빛이 선명한 생간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오독오독 씹히는 천엽은 독특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곱창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파김치와 부추무침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적당히 익은 파김치는 곱창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외에도 곱창 기름에 구워 먹으면 맛있는 큼지막한 감자와 쫄깃한 버섯도 함께 제공되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곱창이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에는 곱창과 함께 양파가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곱창은 초벌구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테이블에서는 살짝만 더 익혀서 먹으면 된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곱창을 보니,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곱창에서 흘러나온 기름에 양파가 구워지는 냄새는 정말 참기 힘들었다.

잘 익은 곱창을 한 점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곱창 안에는 고소한 곱이 가득 차 있어서 씹을 때마다 풍미가 폭발했다. 특히, 이 집만의 비법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살짝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소스는 곱창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감칠맛을 더해줬다.
파김치, 부추와 함께 곁들여 먹는 곱창은 또 다른 별미였다. 아삭한 파김치와 향긋한 부추는 곱창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곱창 기름에 구워진 파김치는 그 맛이 정말 최고였다. 느끼함은 싹 잡아주고, 고소함은 극대화시켜주는 마법 같은 맛이었다. 친구들과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어느새 곱창을 다 먹어갈 때쯤, 우리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곱창 기름에 볶아 먹는 볶음밥은 정말 포기할 수 없는 메뉴였다. 직원분이 직접 볶아주는 볶음밥은 김치, 김가루, 부추 등이 듬뿍 들어가 있어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에 볶음밥을 넓게 펴서 살짝 눌러 먹으니,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정말 최고였다. 볶음밥 위에 남은 곱창을 잘게 썰어 올려 먹으니, 그 맛은 더욱 환상적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볶음밥 한 톨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서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친절하게 응대해준 직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게를 나서는 순간까지도 곱창의 고소한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모란역 맛집 골목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훌륭한 맛은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푸짐한 인심까지 더해져 완벽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비록 웨이팅이 길었지만, 기다린 보람이 충분히 있었다.

가게 앞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 아래, “since 1996″이라는 문구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곱창을 팔아온 이 집의 저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모란 지역명 근처에서 곱창이 생각난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집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