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돼지고기 생각에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어디로 가야 후회 없을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폭풍 검색을 하던 중, 눈에 띈 한 곳. ‘모현동참숯집’.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곧장 차를 몰았다. 낯선 동네, 좁은 골목길을 헤쳐 도착한 그곳은 생각보다 훨씬 정감 있는 분위기였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붉은색 어닝과 나무 격자무늬 문이 따뜻한 인상을 주는 외관. 가게 앞에는 웨이팅을 위한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이미 여러 팀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다르구나’ 생각하며, 나도 얼른 캐치테이블에 웨이팅을 걸어두었다. 내 앞에 4팀. 토요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4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를 슬쩍 둘러보니, 돼지 캐릭터 간판이 귀엽게 웃고 있었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느낌이랄까.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맛있는 고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테이블마다 연기를 빨아들이는 환풍구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마저도 뚫고 나오는 진한 고기 향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테이블 간 간격은 넓지 않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북적거리는 분위기 덕분에 더욱 활기가 넘치는 느낌이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가 눈에 띄었다. 편백숙성황제모듬이라는 메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걸로 가야겠다’ 싶어 A세트를 주문했다.
주문 후, 밑반찬이 빠르게 세팅되었다. 콩나물무침, 깻잎 장아찌, 김치 등 익숙한 반찬들이었지만,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맘에 들었던 건 갓 지은 듯 윤기가 흐르는 냄비밥이었다. 밥 냄새만 맡아도 배가 고파지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기가 등장했다. 큼지막한 목살과 치맛살, 갈빗살, 그리고 수제 소시지까지. 선홍빛 색깔이 정말 신선해 보였다. 특히 목살은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며, 촘촘히 박힌 마블링이 입맛을 자극했다.

뜨겁게 달궈진 숯불 위에 목살을 먼저 올려 구웠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목살을 보니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육즙이 팡 터져 나왔다. “이게 진짜 돼지고기구나!”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편백 숙성을 해서 그런지,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풍미는 더욱 깊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잊을 수 없는 황홀경을 선사했다.

다음은 치맛살 차례. 기대를 안고 구워 한 입 먹어봤는데,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겉은 살짝 질기고, 속은 퍽퍽한 느낌이랄까. 육즙도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으니, 짭짤한 맛이 더해져 나쁘지 않았다. 갈빗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드럽긴 했지만, 특별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아직 일렀다. 수제 소시지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숯불에 노릇하게 구워진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무니, 톡 터지는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 집은 소시지 맛집이었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냄비밥 위에 소시지를 올려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무침과 김치도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훌륭했다. 특히 잘 익은 김치는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이드 메뉴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기 외에 곁들여 먹을 만한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서, 조금 단조로운 식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기 자체가 워낙 맛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직원들의 서비스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테이블을 자주 확인하며, 필요한 것들을 바로바로 가져다주었다. 친절한 미소와 상냥한 말투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가게 앞은 여전히 웨이팅 손님들로 북적였다. ‘나만 알고 싶은 맛집’ 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맛있는 건 널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모현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목살과 수제 소시지는 꼭 먹어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모듬 말고, 목살만 집중 공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바로 ‘소확행’ 이라는 걸까. 모현동참숯집은 단순히 맛있는 돼지고기를 파는 곳이 아니라, 행복을 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종종 방문해서 맛있는 고기도 먹고, 힐링도 해야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익산의 야경은 평소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감 때문일까. 오늘, 나는 익산 모현동에서 인생 맛집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의 모현동 미식 탐험기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