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교자를 나선 발걸음은 자연스레 전에 찜해두었던, 그러나 왠지 모르게 발길이 잘 닿지 않던 정릉의 작은 골목으로 향했다. ‘도이칠란드 박’, 그 이름만으로도 묘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낡은 이발관의 모습은 잊혀진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 ‘도이칠란드 박’의 어닝이 드리워진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어닝 아래 놓인 바 테이블에는 이미 몇몇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맛있는 음식 냄새가 섞여 골목길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밖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겉보기에는 한정식을 팔 것 같은 한옥이었지만, 내부는 샹들리에가 멋스럽게 빛나는 이국적인 공간이었다. 마치 독일의 작은 마을에 잠시 들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
“잠봉 뵈르 샌드위치 먹고 갈게요.”
주문을 마치자, 사장님은 미소를 지으며 “계산은 나갈 때 해주시면 돼요”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어닝 아래 바 테이블에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냉큼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기다리던 잠봉 뵈르 샌드위치가 내 앞에 놓였다. 주아팍님의 리뷰에서 보았던 것처럼, 그 크기가 압도적이었다. 묵직한 무게감과 샌드위치에서 풍겨져 나오는 고소한 햄의 향기가 식욕을 자극했다.

반으로 잘린 샌드위치 한쪽을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바게트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잠봉과 부드러운 버터의 조화는 입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햄이 아낌없이 들어있어 풍성한 식감을 자랑했지만, 한편으로는 버터가 조금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덩어리 버터가 씹히는 것은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훌륭한 맛과 압도적인 볼륨감 덕분에, 왜 이곳이 그토록 인기가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 근처에도 가본 적은 없지만, 왠지 좋은 바게트 빵은 이런 느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니, 역시나 좋은 바게트 빵은 겉은 가볍게 파삭하고 속은 에어포켓이 많으면서 쫀득하고 너무 하얗지 않아야 된다고 한다.

양이 워낙 푸짐해서 샌드위치 반쪽을 다 먹지 못하고 포장을 부탁드렸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면서, 지난번에 방문했던 성수동의 ‘세스크 멘슬’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같은 메뉴를 맛본 것은 아니었지만, ‘도이칠란드 박’의 푸짐한 인심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굳이 재방문할지는 모르겠지만, 착한 가게라는 느낌은 분명하게 다가왔다.
어느 주말, 가족과 함께 다시 ‘도이칠란드 박’을 찾았다. 이번에는 잠봉뵈르 샌드위치와 함께 킬바사 소세지 플래터를 주문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가게의 세미 오픈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운치 있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머스타드를 듬뿍 찍은 소세지와 시원한 코젤 맥주 한 잔은 환상의 조합이었다. 록큰롤과 째지한 디스코 등 7080 미국 감성의 BGM은 묘하게 독일식 샌드위치, 소시지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게 이름은 ‘도이칠란드 박’인데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국 팝송이라니, 혼자 웃음이 나왔다.

독일식 이름이 붙은 한옥 샤퀴테리 집에서 프랑스 샌드위치와 폴란드 소세지를 먹으며 체코 맥주를 마신다니. 정말 묘한 조합이다. 하지만 그 묘한 조합이 ‘도이칠란드 박’만의 매력이 아닐까.
수제 소세지는 기본, 치즈, 핫 세 가지 맛이 준비되어 있는데, 하나씩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중에서도 핫 소세지는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특히 좋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소세지는 육즙이 가득했고,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사장님은 어찌나 친절하신지, 두 번 세 번 다시 가고 싶어지는 곳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그 정도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가격 또한 합리적이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도이칠란드 박’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코젤 다크 생맥주다. 흑맥주 잔에 설탕과 계피를 묻혀 나오는데, 그 달콤한 맛이 소세지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시나몬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흑맥주의 쌉쌀한 맛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한옥을 개조한 매장은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샹들리에가 멋스럽게 빛나고,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매장이 넓은 편은 아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적당히 떨어져 있어 불편함은 없었다.

‘도이칠란드 박’은 마치 사장님이 경제적인 자유를 얻고 취미로 운영하는 가게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소시지들의 품질은 그 이상으로 훌륭하다. 잠봉을 아낌없이 넣어주고, 이즈니 버터도 듬뿍 사용하는 샌드위치는 정말이지 감동적이다.
정릉시장 속에 이렇게 핫한 곳이 숨어 있었다니. 육즙 가득한 킬바사 소세지 플래터와 잠봉뵈르 샌드위치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시나몬 코젤 맥주 또한 ‘도이칠란드 박’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북한산 산행 후 막걸리와 빈대떡 대신 ‘도이칠란드 박’의 소세지와 드래프트 비어를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정릉에 이런 맛집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도이칠란드 박’은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다. 정릉에 온다면 꼭 방문해야 할 정릉의 보물 같은 맛집이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 특히, 트러플 향이 살짝 나는 감자튀김은 소세지와 함께 곁들이면 더욱 환상적인 맛을 선사할 것 같다.
‘도이칠란드 박’을 나서며,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추억으로 가득 찼다. 다음에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맛보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돌아오는 길, 문득 ‘도이칠란드 박’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졌다. 아마도 독일 대표 음식인 소시지를 직접 만들고, 맥주와 함께 판매하기 때문에 가게 이름에 ‘도이칠란드’를 넣은 것이 아닐까. 정릉시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한옥을 개조한 공간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겉에서 보면 한정식집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독일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모든 요소들이 ‘도이칠란드 박’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이유일 것이다.
다음번에는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다양한 메뉴들을 맛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특히, 킬바사 소세지와 트러플 감자튀김, 그리고 시원한 코젤 맥주의 조합은 꼭 함께 경험하고 싶은 맛이다. ‘도이칠란드 박’은 언제나 나에게 맛있는 음식과 행복한 추억을 선사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