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성큼 다가온 여름의 문턱, 끈적한 더위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 때면 어김없이 시원한 무언가가 간절해진다. 냉면의 톡 쏘는 맛도 좋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고소하고 담백한 메밀의 향긋함이 나를 부르는 듯했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두었던, 강동구청 근처의 작은 맛집, 화진포막국수로 발걸음을 향한 이유다.
화진포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동해안의 풍경처럼, 녹색 간판을 단 화진포막국수는 왠지 모르게 정겨운 분위기를 풍겼다.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지만, 테이블마다 막국수와 보쌈을 함께 즐기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친절하게 4인 테이블로 안내받아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한쪽에는 바코드 주문 시스템이 놓여 있었고, 반찬 추가는 셀프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가격대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시그니처 메뉴인 명태 식해 비빔 막국수와 동치미 막국수 사이에서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나의 오랜 취향인 비빔 막국수를 선택했다. 왠지 오늘은 매콤한 양념에 쫄깃한 면발을 정신없이 흡입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가게를 둘러보니, 입구 옆에 마련된 메밀차와 사골육수 보온통이 눈에 띄었다. 스테인리스 컵에 메밀차와 사골육수를 각각 따라 자리에 돌아왔다.
따뜻한 메밀차는 은은한 향이 입안을 감싸며 깔끔한 첫인상을 남겼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사골육수였다. 흔히 냉면집에서 맛볼 수 있는 조미료 맛이 강한 육수와는 달리, 뽀얀 색깔만큼이나 깊고 진한 맛이 느껴졌다. 마치 크리미한 질감의 스프를 마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멸치육수의 짭짤함도 살짝 느껴지는 것이, 보통 이상의 막국수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잠시 후, 밑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열무김치, 백김치, 그리고 사과 드레싱을 곁들인 양배추 샐러드. 막국수 한 그릇을 시켰을 뿐인데, 마치 근사한 한정식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통에서 직접 퍼 담아 주시는 동치미 국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동치미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인위적인 단맛 없이 은은한 산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강원도 화진포 바닷가에 서 있는 듯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양배추 샐러드는 평범했지만, 백김치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인위적인 단맛에 길들여진 입맛을 정화시켜주는 듯했다. 아삭하게 씹히는 열무김치 역시 적당히 쌉쌀한 맛이 좋았다.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지는 것이, 이곳이 단순한 막국수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명태 식해 비빔 막국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막국수는 보기만 해도 푸짐한 양을 자랑했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막국수 위에는 김 가루와 무생채, 그리고 노란색 계란 지단이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막국수 위에 듬뿍 올려진 명태 식해였다.
이모님께 동치미 국물을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여쭤보니, 비빔 막국수에 넣어 먹어도 좋고, 따로 마셔도 좋다고 하셨다. 나는 비빔 막국수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어 동치미 국물은 따로 마시기로 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골고루 비볐다. 가는 메밀면은 양념과 어우러져 붉은 빛깔을 뽐냈다. 드디어, 첫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에 넣는 순간, 쫄깃하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식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잠원동 봉평고향메밀촌에서 맛보았던 찰기 넘치는 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양념은 맵기보다는 달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명태 식해였다. 꼬들꼬들한 식감과 함께 매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식초와 들기름을 살짝 뿌려 다시 비벼 먹어 보았다. 고소한 들기름 향이 더해지니, 막국수의 풍미가 한층 더 깊어졌다. 톡 쏘는 식초의 산미는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면과 양념, 그리고 명태 식해의 조화가 완벽했다.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막국수를 먹는 중간중간,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들이켰다. 막국수의 매콤함을 달래주는 것은 물론,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좋았던 건, 이곳의 막국수가 인위적인 단맛이나 조미료 맛이 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균형 잡힌 맛을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혼자였지만, 나는 꿋꿋하게 막국수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푸짐한 양 덕분에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는 꼭 친구와 함께 방문해서, 보쌈과 함께 막국수를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얇게 썰어 부드러운 수육에 부추, 팽이버섯, 마늘을 곁들여 양파 간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에게 조심스럽게 조미료 사용 여부를 여쭤보니,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역시, 내가 느꼈던 자연스러운 맛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혼을 담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화진포막국수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가게 문을 나서며, 나는 다시 한번 화진포막국수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에 더위와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강동구청 근처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는 들기름 막국수에도 도전해봐야지.

화진포막국수 강동구청점: 서울 강동구 성내로6길 17
영업시간: 매일 11:00 – 21:30 (브레이크 타임 15:30 – 17:00)
메뉴: 명태 식해 비빔 막국수, 동치미 막국수, 들기름 막국수, 항정 보쌈, 물만두 등
총평:
* 맛: 쫄깃한 메밀면과 매콤달콤한 양념, 꼬들꼬들한 명태 식해의 조화가 일품. 인위적인 단맛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건강한 막국수.
* 가격: 합리적인 가격으로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음.
* 분위기: 정겨운 분위기의 동네 맛집. 혼밥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음.
* 서비스: 친절한 직원들의 응대. 셀프바에서 반찬 추가 가능.
* 재방문 의사: 강동구청 근처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 다음에는 보쌈과 함께 막걸리 한잔 기울여보고 싶다.
팁:
* 동치미 국물을 비빔 막국수에 넣어 먹어도 맛있음.
* 테이블에 비치된 식초와 들기름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막국수 맛을 만들어 볼 것.
* 보쌈과 함께 막국수를 즐기면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음.
* 주차는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함.
오늘도 맛있는 식사 덕분에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삶의 활력소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