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내고,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왠지 모르게 얼큰한 무언가가 간절하게 당겼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메기매운탕을 먹기 위해, 핸들을 잡고 무작정 밀양으로 향했다. 밀양은 내게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을 주는 도시였다.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저 멀리 ‘밀양할매메기탕’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강변 바로 앞에 위치한 식당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부터가 오랜 맛집의 포스를 풍겼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으로 향하는 짧은 순간, 강바람이 뺨을 스쳤다. 도시의 번잡함과는 완전히 다른, 여유롭고 한적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겨운 분위기의 홀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메기탕과 메기구이가 대표 메뉴인 듯했다. 혼자였지만, 왠지 메기구이의 양념 맛이 너무 궁금했다. 용기를 내어 직원분께 “메기구이 1인분은 안 되나요?” 여쭤보니, 아쉽게도 메뉴는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혼자 온 아쉬움을 뒤로하고, 메기탕 1인분을 주문했다. 메뉴판에는 메기탕 외에도 인삼 메기탕이 있었는데, 왠지 오늘은 기본 메기탕의 얼큰함이 더 끌렸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인삼 메기탕도 함께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벽에 걸린 메뉴판 사진을 보니, 메기탕 1인분의 가격은 15,000원이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 둘씩 놓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도토리묵은, 쌉싸름한 참나물과 함께 무쳐져 나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맛을 보니, 묵 특유의 부드러움과 참나물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정말 훌륭했다.

이 외에도, 잘 익은 깍두기, 짭짤한 깻잎 장아찌, 아삭한 콩나물무침 등 다양한 밑반찬들이 나왔다. 하나하나 맛을 보니, 간이 세지 않고 깔끔한 맛이 맘에 들었다. 특히, 깻잎 장아찌는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밑반찬을 맛보며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메인 메뉴인 메기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통통한 메기 살과 함께, 쑥갓, 팽이버섯 등 다양한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탕이 나오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향긋한 쑥갓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맛을 보니, 진하고 얼큰한 국물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산초를 조금 뿌려 먹으니, 그 향긋함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메기 살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는 듯했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살이 부스러질 정도로 연했다. 살코기를 국물에 푹 적셔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정신없이 메기탕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메기구이를 드시는 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빨갛게 양념된 메기구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다음에는 꼭 메기구이를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식당 벽면에 ‘모범음식점’이라고 적힌 파란색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역시, 오랜 전통을 가진 맛집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나서며, 밀양강을 바라보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듯했다. 밀양할매메기탕은, 내게 단순한 식당이 아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준 곳이다.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해서, 메기구이와 함께 밀양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