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포 바닷바람 따라 찾아간, 3대째 이어온 마산 장어구이 맛집 순례기

어릴 적 할아버지 손을 잡고 드넓은 갯벌을 거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함께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활기찬 목소리, 갯벌 위를 뛰어다니던 작은 게들의 모습까지. 그 추억 속 한편에는 언제나 장어구이의 고소한 냄새가 자리하고 있었다. 장어는 늘 특별한 날, 온 가족이 함께 즐기던 귀한 음식이었으니까.

오랜만에 그 시절 추억을 되살리며 마산 가포로 향했다. 이번 목적지는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한 장어구이 식당. 왠지 모르게 익숙한 ‘영도집’이라는 상호가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가포에는 ‘영도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어집이 두 곳 있는데, 내가 찾던 곳은 ‘옛날 영도집’이었다. 20년 넘게 이 집만 찾는다는 단골의 이야기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5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30분 정도 웨이팅이 필요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살펴보니, 장어구이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가지가 있었다. 반반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중(中) 사이즈 반반을 선택했다. 어른 둘이 먹기에 적당한 양이라고 했다.

장어구이 반반
소금구이와 양념구이가 나란히,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드디어 자리가 마련되고, 테이블에 앉자마자 따뜻한 숯불이 들어왔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구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소금구이와 양념구이가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는 싱싱한 쪽파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비주얼을 실제로 마주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미지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먹음직스러웠다.

장어는 이미 다 구워져서 나오기 때문에 옷에 냄새가 배는 걱정 없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다. 젓가락으로 소금구이 한 점을 집어 기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장어 특유의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씹을수록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이번에는 양념구이를 맛볼 차례. 붉은 양념이 보기만 해도 매콤해 보였다. 한 입 베어 무니, 예상대로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양념이 과하게 짜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3학년 아들도 맛있게 먹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깻잎, 상추 등 다양한 쌈 채소와 곁들여 먹으니, 장어의 풍미가 더욱 살아났다. 특히, 깻잎 특유의 향긋함이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싱싱한 쌈 채소는 셀프바에서 얼마든지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장어 쌈
싱싱한 쌈 채소에 싸 먹는 장어는 그야말로 꿀맛!

가포 장어집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장어뼈 튀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바삭하게 튀겨진 장어뼈는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팝콘처럼 계속 손이 가는 맛이랄까. 몇 번이나 리필해서 먹었는지 모른다.

장어구이를 다 먹고 난 후에는 식사 메뉴를 주문했다. 장어국과 장어국수 중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둘 다 맛보기로 했다. 장어국은 뚝배기에 담겨 나왔는데, 고춧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느껴졌다. 몸이 따뜻해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장어국수는 멸치 육수를 베이스로 한 깔끔한 맛이었다. 장어와 함께 먹으니 더욱 든든했다.

장어국
장어구이만큼이나 훌륭했던 장어국.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둑해진 저녁이었다. 배는 든든했고, 마음은 따뜻했다. 3대째 이어져 오는 장어 맛집의 저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한 시설과 룸도 마련되어 있어서 가족 모임 장소로도 안성맞춤일 듯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워낙 손님이 많다 보니, 직원분들이 조금 정신없어 보였다. 테이블을 치우는 소리가 너무 크거나, 직원들끼리 대화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등,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장어 맛 하나는 정말 훌륭했기에, 다음에도 또 방문할 의향이 있다. 다음에는 룸을 예약해서 좀 더 조용하게 식사를 즐겨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가포의 야경이 아름다웠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함께 오늘 맛본 장어의 고소한 풍미가 다시금 느껴지는 듯했다. 가포는 나에게 단순히 장어를 먹는 곳이 아닌,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고,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기억될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 탐험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장어 한 상 차림
푸짐한 한 상 차림. 장어와 곁들여 먹을 반찬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총평:

* : 장어 특유의 느끼함 없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모두 훌륭하며, 특히 양념구이는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운다. 장어국과 장어국수도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
* 가격: 중(中) 사이즈 5만원, 대(大) 사이즈 6만원으로 가격은 다소 있는 편이지만, 맛과 퀄리티를 고려하면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
* 분위기: 깔끔하고 넓은 공간으로, 가족 모임이나 회식 장소로 적합하다. 룸도 마련되어 있어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손님이 많을 때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일 수 있다.
* 서비스: 직원분들은 친절하지만, 워낙 바쁘다 보니 세심한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

* 주말이나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이 길 수 있으므로, 예약하거나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다.
*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면, 소금구이만 주문하거나, 양념구이 양념을 약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 장어뼈 튀김은 꼭 리필해서 먹어보자.
* 장어국 또는 장어국수로 마무리하면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양념 장어구이 클로즈업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양념 장어구이. 쪽파가 듬뿍 올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럽다.

이곳 ‘옛날 영도집’은 단순한 마산 맛집을 넘어,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다음번 가포 방문 때도 어김없이 이 집을 찾을 것 같다. 그땐 부모님과 함께,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식사를 즐겨야겠다.

양념 장어구이
맛있는 양념에 버무려진 장어의 모습.
소금 장어구이
소금구이 장어의 담백한 매력.
반반 장어구이
소금과 양념, 취향따라 즐기는 반반 장어구이.
푸짐한 테이블
다양한 반찬과 함께 푸짐하게 즐기는 장어.
쌈 채소
싱싱한 쌈 채소와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는 장어.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