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겨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늦가을, 따스한 햇살을 찾아 이천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도토리 요리 전문점,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 평소 건강한 음식을 즐기는 나에게 도토리묵은 그 자체로 힐링 푸드나 다름없다. 특히 이곳은 가게 안에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독특한 이야기에 이끌려 방문하게 되었다. 이천은 맛집의 고장이라고도 불리는데, 과연 어떤 특별한 맛과 경험이 기다릴까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가게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풍경은 점점 더 시골의 정취를 풍겼다. 드디어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게를 덮을 듯 웅장하게 뻗어있는 커다란 버드나무였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수호신처럼 굳건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다워서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주차는 가게 앞과 옆쪽으로 마련된 공간에 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꽤 많이 주차되어 있어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서둘러 차를 주차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나타났다. 테이블은 대략 10개 남짓이었고, 이미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역시 가게 한가운데 자리 잡은 거대한 버드나무였다. 굵은 기둥은 천장을 뚫고 솟아 있었고, 가지들은 마치 살아있는 조형물처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무를 중심으로 테이블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마치 숲 속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만, 오래된 시골 식당이라 그런지 인테리어는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도토리 온묵밥, 도토리 냉묵밥, 도토리 들깨수제비, 도토리 칼국수 등 다양한 도토리 요리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겨울에만 맛볼 수 있다는 들깨수제비에 시선이 멈췄다. 묵밥도 워낙 좋아하는 메뉴라 고민했지만, 왠지 이곳의 대표 메뉴일 것 같은 들깨수제비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짝꿍은 시원한 동치미 묵밥을 골랐다. 그리고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도토리 묵보쌈(소)도 함께 주문했다.

주문 후, 테이블에는 간단한 밑반찬이 차려졌다. 깍두기, 김치, 무말랭이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살짝 익은 듯한 김치도 묵 요리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들깨수제비가 나왔다. 뽀얀 들깨 국물에 도토리 수제비가 듬뿍 들어간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고소한 들깨 향이 코를 자극했고,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진하고 고소한 들깨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들깨 특유의 텁텁함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수제비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도토리 가루로 만들어서 그런지 일반 수제비보다 훨씬 더 찰지고 탄력 있었다. 뜨거운 국물과 함께 후루룩 먹으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들깨의 고소함과 도토리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정말 환상적인 맛을 냈다.

짝꿍이 시킨 동치미 묵밥도 맛을 보았다. 살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도토리묵과 김, 오이, 김치 등이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국물을 한 모금 마시니, 새콤달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묵은 탱글탱글했고, 아삭한 오이와 김치의 조화도 훌륭했다. 특히 더운 여름에 먹으면 정말 시원하고 맛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도토리 묵보쌈이 나왔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보쌈과 쌉싸름한 도토리묵, 그리고 매콤한 무말랭이가 함께 나왔다. 보쌈은 얇게 썰어져 있었고,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도토리묵은 쌉싸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이었다. 일반 묵과는 달리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보쌈, 묵, 무말랭이를 함께 먹으니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다. 쫄깃한 보쌈과 탱글탱글한 묵, 그리고 매콤한 무말랭이의 조화가 입안을 즐겁게 해주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 많던 음식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정말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특히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기 전, 다시 한번 버드나무를 올려다보았다. 푸르른 잎사귀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자연 속에서 힐링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도 풍족해진 느낌이었다. 이천의 숨겨진 맛집,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 싱그러운 버드나무 아래에서 맛있는 도토리 요리를 즐기며 힐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이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들깨수제비와 도토리 묵보쌈은 꼭 맛보아야 할 메뉴다.





돌아오는 길에는 이천의 명물인 시몬스 테라스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향긋한 커피까지 완벽한 하루였다. 이천, 다시 찾고 싶은 숨은 맛집들이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