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마저 녹이는 시실리, 포천 오리 맛집의 위로

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옅은 안개가 산자락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이런 날은 훌쩍 떠나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강렬한 기분이 들었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따뜻한 음식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예전에 지인이 강력 추천했던 포천의 오리 요리 전문점, ‘시실리’였다. 왠지 모르게 슬픔을 잊게 해주는 맛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려, 언젠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차를 몰았다. 서울 근교지만, 확실히 도심과는 다른 한적한 풍경이 펼쳐졌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멀리서부터 “시실리”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치형 구조물에 붉은 글씨로 시실리라고 적혀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정겨웠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주변에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공기가 상쾌했다.

주차를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한산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메뉴판을 보니, 오리호박구이와 오리능이백숙이 대표 메뉴인 듯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시실리의 대표 메뉴라는 오리호박구이를 주문했다.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글을 보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쭤보니 다행히 주문이 가능했다.

주문을 하고 나니,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호박죽, 부추무침, 김치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호박죽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부터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호박죽부터가 남다르니,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리호박구이가 나왔다. 큼지막한 단호박 안에 오리고기가 가득 들어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겉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단호박은 먹음직스러웠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김은 식욕을 자극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비주얼을 실제로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리호박구이
단호박 안에 가득 찬 오리고기가 인상적인 오리호박구이

사장님께서 직접 오리호박구이를 먹기 좋게 손질해주셨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오리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은은한 훈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퍽퍽하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촉촉하고 맛있었다. 특히 단호박과 함께 먹으니, 달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부추무침과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신선한 맛을 더해줬다.

오리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단호박 속을 긁어먹을 차례였다. 숟가락으로 푹 떠서 먹으니,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안을 감쌌다. 마치 고급스러운 호박죽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단호박 자체의 단맛과 오리고기의 기름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어른 넷이 먹어도 배부를 정도라는 후기처럼, 양도 상당히 푸짐했다.

오리능이백숙
다음에는 꼭 맛보고 싶은 오리능이백숙

옆 테이블에서는 오리능이백숙을 먹고 있었는데, 그것 또한 비주얼이 훌륭했다. 능이버섯 특유의 향긋한 향이 코를 자극했고, 뽀얀 국물은 깊은 맛을 낼 것 같았다. 다음에는 꼭 오리능이백숙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혼자 방문했지만, 사장님과 직원분들은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와인을 가져오는 손님에게는 와인잔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음식 맛뿐만 아니라, 친절한 서비스도 시실리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시실리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시실리 건물
저 멀리 보이는 시실리 건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슬픔을 잊게 해주는 맛. 그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시실리의 음식은 단순히 맛있는 것을 넘어,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힘이 있었다. 힘든 일이 있거나, 마음이 지칠 때, 시실리에 방문하면 슬픔을 잊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차 없이는 방문하기 힘들다는 후기처럼,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성이 좋지 않다. 하지만, 드라이브 삼아 방문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밤에는 입구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해야겠다. 부모님께서도 분명 좋아하실 것 같다. 특히 몸에 좋은 오리고기와 단호박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어르신들 입맛에도 잘 맞을 것이다. 가족 외식 장소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시실리 간판
시실리의 간판, 오리호박구이와 오리능이백숙이 주력 메뉴임을 알 수 있다.

10년 넘게 단골이라는 사람들의 후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변치 않는 맛과 친절한 서비스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포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특히 오리 요리를 좋아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시실리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잊지 못할 맛집 경험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시실리에서의 따뜻한 기억을 되새겼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진 그곳은, 내게 오랫동안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 위로를 받으러 포천으로 향할 것이다.

오리능이백숙 근접샷
능이버섯과 오리의 조화가 돋보이는 오리능이백숙
생선구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도 맛보고 싶어진다.
오리
푸짐하게 담겨져나온 오리
시실리 입구
초록색 간판이 인상적인 시실리 입구
피자
뜻밖의 피자 사진. 오리 요리 외에 다른 메뉴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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