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충무로 노포, 사랑방칼국수에서 맛보는 푸근한 백숙백반 한 상

을지로의 낡은 인쇄 골목을 걷는 날이었다. 잉크 냄새와 오래된 기계 소리가 뒤섞인 풍경은 묘하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문득 뜨끈한 국물이 생각났다. 이 동네에는 오랜 세월을 지켜온 노포들이 많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중에서도 닭 요리와 칼국수로 유명한 곳이 있다고 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바로 ‘사랑방칼국수’였다. 5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충무로 일대에서 손꼽히는 맛집이라고 한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낡은 간판과 빛바랜 외관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since 1968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5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왔다니, 그 시간만큼 쌓인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가게 입구에는 각종 방송에 소개된 사진들이 붙어 있었고, 12년 연속 블루리본을 받았다는 자랑스러운 문구도 보였다. 과연 어떤 맛일까? 기대감을 안고 안으로 들어섰다.

사랑방칼국수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사랑방칼국수 외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손님,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1층은 주방이 있는 듯했고, 나는 2층으로 안내받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좁고 가팔랐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노포 특유의 분위기를 더하는 듯했다.

2층에 올라서자, 1층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정겹게 느껴졌다. 벽에는 오래된 사진들과 낙서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아이언맨, 건담 등 다양한 피규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앤틱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사랑방칼국수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사랑방칼국수 내부

메뉴판을 살펴보니, 칼국수와 백숙이 주력 메뉴인 듯했다. 칼국수는 기본 칼국수부터 계란 칼국수, 곱빼기 칼국수 등 종류가 다양했다. 백숙은 반 마리 백반과 통닭 백숙 두 가지가 있었는데, 혼자 온 나는 백숙 백반을 주문했다. 가격은 9천 원으로, 서울 도심 물가를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잠시 후, 주문한 백숙 백반이 나왔다. 쟁반 위에는 뽀얀 닭 반 마리와 닭곰탕 국물, 그리고 김치와 밥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닭은 이미 먹기 좋게 손질되어 있었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닭곰탕 국물은 맑고 깔끔해 보였다.

가장 먼저 닭고기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니, 부드럽게 찢어졌다. 닭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뽀얀 속살이 촉촉해 보였다. 닭고기를 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푹 삶아져서 그런지, 퍽퍽한 느낌 없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테이블에는 초장과 대파가 담긴 종지가 놓여 있었다. 닭고기를 초장에 찍어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주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대파를 듬뿍 넣은 초장에 닭고기를 찍어 먹으니, 새콤달콤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었다.

닭곰탕 국물은 멸치 육수가 아닌 닭 육수 베이스였다. 맑고 깔끔한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마늘 향이 은은하게 느껴졌고, 후추를 살짝 뿌리니 부족했던 맛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국물이 살짝 짭짤한 편이었는데, 밥을 말아 먹으니 간이 딱 맞았다.

백숙백반 한 상 차림
푸짐한 백숙백반 한 상 차림

닭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남은 닭고기를 닭곰탕 국물에 넣어 먹었다. 뜨거운 국물에 담가 놓으니, 닭고기가 더욱 야들야들해졌다. 닭고기와 밥을 함께 먹으니, 든든함이 느껴졌다.

김치는 겉절이 스타일로, 매일 직접 담근다고 한다. 신선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았고, 양념이 과하지 않아 닭고기와 잘 어울렸다. 맵기와 염도가 적당해서, 칼국수와 함께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겉절이가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리필해서 먹었다.

혼자였지만, 푸짐한 백숙 백반을 남김없이 해치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몸에 활력이 도는 듯했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닭 반 마리와 닭곰탕 국물, 그리고 밥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성비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했다.

뽀얀 닭고기
야들야들한 닭고기

계산을 하려고 1층으로 내려가니, 할머니 사장님께서 “맛있게 먹었냐”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하니,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라”고 말씀하셨다. 친절한 서비스에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섰다.

사랑방칼국수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과 푸근한 인심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정겨운 분위기와 든든한 음식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가성비 좋은 백숙 백반은 혼밥족에게도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칼국수도 한번 맛봐야겠다. 충무로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사랑방칼국수를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지역명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에서, 따뜻한 한 끼 식사를 경험해보세요.

총평

* : 닭백숙은 잡내 없이 잘 삶아져 나왔고, 닭곰탕 국물은 맑고 깔끔했다. 김치도 신선하고 아삭아삭했다.
* 가격: 백숙 백반 9천 원으로, 가성비가 매우 좋았다.
* 분위기: 낡고 허름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 서비스: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재방문 의사: 있음

사랑방칼국수 칼국수
다음에는 꼭 맛보고 싶은 칼국수
피규어 장식
2층에 전시된 다양한 피규어들
사랑방칼국수 메뉴판
since 1968, 사랑방칼국수 메뉴
사랑방칼국수 전체 상차림
푸짐한 한 상
피규어
다양한 피규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랑방칼국수 내부
정겨운 내부 모습
사랑방칼국수 메뉴
메뉴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