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오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 그리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갈매기 소리. 속초 김일성 별장에서 차로 5분 거리, 화진포의 푸른 바다를 향해 달리던 중,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빛나는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화진포 메밀 막국수”.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마음에 핸들을 꺾어 가게 앞에 멈춰 섰다.
가게 앞에는 다육이와 이름 모를 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어, 마치 작은 정원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었다. 알록달록한 색감들이 따스한 햇살 아래 더욱 생기를 띠고 있었다. 꽃들을 잠시 구경하며 숨을 고르니, 기대감이 차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갈하게 정돈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는 스테인리스 주전자와 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메뉴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메뉴는 막국수와 수육 단 두 가지. 메뉴판 옆에는 앙증맞은 다육이 화분들이 놓여 있어 소소한 볼거리를 더했다.
나는 물 막국수와 수육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뽀얀 국물의 막국수와 윤기가 흐르는 수육이 차려졌다. 막국수 위에는 김 가루와 깨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고, 백김치와 명태식해가 곁들여 나왔다. 뽀얀 막국수 국물을 바라보니, 어서 맛보고 싶어 입안에 침이 고였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한 입 가득 맛보았다.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식감이 독특했다. 일반적으로 쫄깃한 면발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다소 색다른 경험이었다. 면발은 가늘었지만, 메밀의 향은 은은하게 느껴졌다. 동치미 육수는 시원하면서도 깔끔했다. 과하지 않은 새콤달콤함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수육은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함께 제공된 명태식해와 백김치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톡 쏘는 명태식해의 매콤함과 아삭한 백김치의 시원함이 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입안에서 조화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백김치는 겉절이처럼 슴슴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났다. 수육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식사를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니, 화진포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니,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문득, 가게 한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10월 29일, 폐업합니다.” 내가 방문한 날이 바로 마지막 영업일이었던 것이다. 뜻밖의 소식에 적잖이 놀랐다. 처음 방문한 곳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고성에는 막국수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 많다. 백촌 막국수를 필두로, 백도 막국수, 동루골 막국수 등이 손꼽힌다. 이곳 화진포 막국수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었지만,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고성의 유명 막국수집들이 대중적인 입맛을 겨냥한 맛이라면, 이곳은 좀 더 개성 강하고 마니아적인 느낌이었다. 특히 동치미 국물은 새콤달콤하면서도 쿰쿰한 향이 느껴지는 독특한 맛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정성껏 음미했다. 시원한 막국수 국물을 들이켜니, 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수육 한 점을 백김치에 싸서 입안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황홀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먼 길 오셨는데, 맛있게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마지막 날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주머니의 따뜻한 인사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가게 문을 나서자, 맑고 청량한 가을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화진포의 푸른 바다는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영업일에 이곳을 방문한 특별한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며, 화진포를 떠났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했지만, 이제 더 이상 맛볼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화진포에서 맛본 막국수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사람들의 정이 담긴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화진포 메밀 막국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하는 짧은 시간 동안 운영되었으며, 특히 수육은 하루 100인분만 한정 판매했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늦지 않은 시간이라 맛볼 수 있었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메밀 함량이 다소 낮다는 평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면발이 얇고 쫄깃함이 덜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부드럽게 넘어가는 식감이 좋았다. 다만, 강원도 전통 막국수 맛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메뉴로는 양을 적게 한 막국수가 준비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이유식을 위한 전자레인지도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에게는 더욱 편리할 것이다.
수육과 함께 제공되는 겨자소스는 달달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막국수와 수육의 조합은 훌륭했지만, 수육 자체는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명태식해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한층 더 깊어졌다. 명태식해는 쫄깃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고, 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끊임없이 젓가락이 가게 만들었다. 다만, 예전에 반찬으로 제공되었던 명태식해가 이제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웠다.
동치미 막국수는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동치미 국물에 들기름을 살짝 뿌려 먹으면, 들기름의 고소함이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하지만 동치미 맛이 너무 강하다는 의견도 있으니,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비빔 막국수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비빔 막국수는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명태식해가 어우러져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하지만 매운맛이 강해 아이들이 먹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명태식해의 양이 예전보다 적어졌다는 의견도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8인이 함께 앉는 테이블 구조라는 점이다. 따라서 혼자 방문하거나 소규모로 방문했을 경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테이블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점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화진포 메밀 막국수는 화려하거나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마지막 영업일에 방문하여 맛본 막국수 한 그릇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비록 이제는 사라지지만, 이곳에서 맛본 막국수의 맛과 아름다운 화진포의 풍경은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화진포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화진포 메밀 막국수의 추억을 떠올리며, 또 다른 맛집을 찾아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새로운 막국수집이 생겨나, 고성 지역의 맛집으로 이름을 알리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