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게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씨였다. 목적지 없이 드라이브를 하다가, 문득 ‘생선구이’가 떠올랐다. 짭조름하게 구워진 생선 한 점에 따뜻한 밥 한 숟갈,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파주에 맛있는 생선구이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바로 차를 몰았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하다 보니, 어느새 심학산 자락에 다다랐다. ‘생선굽는마을’이라는 정겨운 이름의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주차장에는 이미 차들이 가득했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분 정도 웨이팅을 해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살펴보니, 생선구이와 조림이 주메뉴였다. 고등어, 임연수, 가자미, 갈치 등 다양한 생선구이가 있었고, 고등어김치찜과 갈치조림도 눈에 띄었다. 혼자 왔지만, 푸짐하게 먹고 싶은 마음에 모듬 생선구이와 오징어볶음을 주문했다. (오징어볶음은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다는 안내에 살짝 당황했지만, 맛있는 걸 포기할 수는 없었다.)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정갈한 밑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콩나물무침, 톳나물, 묵, 꽈리고추무침, 무생채, 고사리나물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톳나물은 신선한 바다 향이 가득했고, 콩나물무침은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생선구이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 임연수, 가자미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생선들을 보니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먼저 고등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굽기였다. 입안에 넣으니 고소한 기름과 함께 부드러운 생선살이 녹아내렸다. 짭짤한 간이 밥을 부르는 맛이었다.

이면수는 고등어보다 담백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가자미는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잔가시가 적어서 먹기 편했고, 담백한 맛이 슴슴하니 좋았다.
이어서 오징어볶음이 나왔다. 큼지막하게 썰린 오징어와 양파, 파, 고추 등이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휘저으니,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오징어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쫄깃한 식감과 함께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불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흰쌀밥 위에 오징어볶음을 듬뿍 올려 크게 한 입 먹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매콤한 양념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너무 맛있어서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정신없이 생선구이와 오징어볶음을 먹고 나니, 어느새 배가 빵빵해졌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식당 한켠에는 누룽지를 끓여 놓은 솥이 있었다. 숭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누룽지 한 그릇을 떠서 후루룩 마시니,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구수한 누룽지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마무리까지 완벽한 식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식당을 둘러보니 꽤 넓은 규모였다. 테이블 간 간격은 넓지 않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테이블과 식기류가 다소 낡은 감은 있었지만, 맛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직원분들의 친절함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신경 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반찬이 부족하면 친절하게 리필해 주셨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하늘은 더욱 맑아져 있었다. 심학산 자락의 푸르른 풍경을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파주에서 맛있는 생선구이를 맛보고 싶다면, ‘생선굽는마을’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이곳은 주말에는 웨이팅이 더 길다고 하니, 오픈 시간 전에 미리 가서 대기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오징어볶음은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징어볶음 1인 메뉴도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였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고등어김치찜도 꼭 먹어봐야지.

생선굽는마을에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나인블럭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 파주에서의 하루, 정말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득 찼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