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인 포항으로 향하는 길,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단순히 고향 방문이 아닌, 오직 ‘그 맛’을 위해 떠나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우연히 맛본 아구탕의 깊은 풍미를 잊지 못해 다시 한번 그 감동을 느껴보기로 결심했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삼정아구탕, 포항에서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은 맛집이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뺨을 스치는 날, 드디어 삼정아구탕 앞에 도착했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삼정아구탕’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아구탕’이라는 메뉴 이름이 붉은색으로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건물은 소박했지만, 왠지 모르게 풍겨져 나오는 내공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점심시간에만 영업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에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다. 좁은 식당 내부는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은 다소 좁았다. 하지만 그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즐기는 모습에서 이곳이 얼마나 사랑받는 곳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기다림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곳은 예약이 필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메뉴판은 간결했다. 아구탕, 아구찜, 아구수육. 나는 망설임 없이 아구탕 4인분을 주문했다. 아이와 함께 먹을 예정이라 매운 맛 대신 맑은 지리로 선택했다. 주문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젓갈, 김치, 나물 등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톳나물 무침은 바다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신선함이 남달랐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구탕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냄비 안에는 아구와 미나리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뽀얀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테이블 위 버너에 불을 올리자, 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은은하게 퍼지는 아구의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국자로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짜지 않고 개운한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신선한 아구에서 우러나온 육수는 그 어떤 조미료로도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선사했다.

아구 살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껍데기 부분은 쫄깃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어 먹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아구 애(간)는 고소하면서도 녹진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마치 복어 껍질을 먹는 듯한 쫄깃함도 느껴졌다.
아이가 먹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맵지 않고 깔끔한 맛 덕분에 아이도 아구 살을 잘게 찢어 밥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맛이라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아구탕에는 아구뿐만 아니라 미나리, 콩나물 등 다양한 채소도 듬뿍 들어있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과 향긋한 미나리는 아구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국물의 시원함을 더했다. 특히, 넉넉하게 들어간 미나리는 아구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게 해줬다.
먹다 보니 국물이 점점 줄어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육수를 추가로 요청하니,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육수를 더 부어주셨다. 인심 좋은 사장님의 넉넉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푸짐하게 아구탕을 즐길 수 있었다.
정신없이 아구탕을 먹다 보니 어느새 냄비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이 맛있는 국물에 밥을 볶아 먹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볶음밥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직원분께서 남은 국물에 김치와 김 가루, 참기름 등을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 주셨다. 뜨거운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볶아지는 볶음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볶음밥을 한 입 먹어보니, 역시나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아구탕 국물의 깊은 맛과 김치의 매콤함, 김 가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냈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식혜는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식혜는 아구탕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계산을 하면서 영업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단 3시간 동안만 영업을 한다고 한다. 재료가 소진되면 더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하니, 방문 전에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만 영업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만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위한 사장님의 고집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

삼정아구탕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신선한 아구와 시원한 국물, 넉넉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포항에 올 때마다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아구찜과 아구수육도 꼭 먹어봐야겠다.
식당을 나서며, 주변을 둘러보니 주차 공간은 다소 협소했지만, 주변에 주차할 만한 곳이 꽤 있었다.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할 것 같다.
포항에서 아구탕을 찾는다면, 삼정아구탕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포항의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지역명을 대표하는 맛집이라고 감히 칭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뜻한 아구탕 국물 덕분인지 몸도 마음도 훈훈해졌다. 오늘 맛본 아구탕의 깊은 풍미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꼭 아구찜과 아구수육도 함께 주문해서 푸짐하게 즐겨야지. 포항에서의 짧지만 행복했던 미식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