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향만두 옆 숨겨진 보석, 서울 대만 가정식 맛집 기행

어스름한 저녁, 퇴근 후 발걸음은 자연스레 오향만두 옆, 오래된 친구처럼 익숙한 대만 가정식 전문점으로 향했다.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따뜻한 기운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5시, 아직은 한산한 시간이었지만 곧 이 작은 공간은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꽃으로 가득 찰 것을 알기에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점심 영업을 하지 않는 이곳은, 그래서인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대만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은 아담한 공간. 벽에는 오래된 사진과 그림들이 걸려 있어 마치 대만의 어느 작은 식당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테이블에 앉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자차이(榨菜)가 나왔다. 짭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따뜻한 물수건과 자차이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제공되는 자차이는 이곳만의 정겨운 시작을 알린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짜장면이나 짬뽕 같은 흔한 중국집 메뉴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대만 가정식 요리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왠지 술이 당겨 평소에는 잘 마시지 않던 고량주를 한 병 시켰다. 중식에는 역시 고량주지. 물론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고량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는 내 취향이 아니라, 각자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따로 마시기로 했다.

고량주가 먼저 나오고, 투명한 잔에 술을 따랐다. 특유의 강렬한 향이 코를 찌르는 듯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첫 잔을 입에 털어 넣으니, 목을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역시, 이 맛에 고량주를 마시는 거지.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중식 먹을 때 빠지면 섭섭한 교자만두였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이기도 한데, 6천 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8개가 나왔다. 한쪽 면만 노릇하게 구워져 나온 만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젓가락으로 하나를 집어 들으니, 육즙이 톡 터져 나왔다.

노릇하게 구워진 교자만두
겉바속촉의 정석, 육즙 가득한 교자만두는 놓칠 수 없는 메뉴다.

한입 베어 무니, 돼지고기와 부추의 조화로운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만두피는 시판용을 쓰는 듯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훌륭한 맛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집에서 냉동만두 구워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이었지만, 이 분위기 속에서 먹으니 왠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역시, 음식은 분위기가 반이다.

다음으로 나온 메뉴는 비타민볶음이었다. 초록색 채소가 듬뿍 들어간 볶음 요리는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기름에 볶아 불맛이 살아있었고,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채소의 식감이 좋았다. 짜거나 맹탕이지 않고 간도 딱 맞았다. 특히 목이버섯이 들어가 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신선한 비타민볶음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비타민볶음은 건강까지 챙기는 느낌이다.

이날의 베스트 메뉴는 단연 오징어튀김이었다. 겉모습부터가 평범한 오징어튀김과는 차원이 달랐다. 튀김옷을 두껍게 입혀 튀긴 것이 아니라, 전분가루만 살짝 묻혀 튀겨낸 듯했다. 링 모양으로 썰린 오징어 튀김 위에는 건고춧가루와 함께 큼지막한 고추튀김이 올려져 있었다. 한 입 먹어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오징어의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환상적인 오징어튀김
바삭함과 쫄깃함의 조화, 오징어튀김은 맥주를 부르는 마성의 안주다.

건고춧가루에서는 은은한 매콤함이 느껴졌고, 고추튀김에서는 통후추와 비슷한 얼얼한 맛이 느껴졌다. 밑에는 땅콩과 산초가 깔려 있어 고소한 맛과 얼얼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오징어 크기도 꽤 커서 부위별로 맛보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맥주 안주로 정말 최고였다. 짜지 않아서 더 좋았다.

저녁 식사로 주문한 새우볶음밥은 누가 봐도 화교가 만든 듯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고슬고슬했고, 간도 적당히 짭짤하면서 고소했다. 기름기가 과하지 않아 느끼하지 않고 담백했다. 볶음밥에는 당근이 들어가 있어 색깔도 예뻤다.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화교의 손맛이 느껴지는 새우볶음밥
고슬고슬한 밥알과 예쁜 색감, 새우볶음밥은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새우도 듬뿍 들어가 있어 씹는 맛도 좋았다. 밥알은 푸석푸석하지 않고 통통해서 식감이 더욱 좋았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먹을 때마다 행복감이 밀려왔다. 역시, 볶음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특히, 이렇게 정성껏 만든 볶음밥은 더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바지락볶음을 주문했다. 고추기름에 볶아져 나온 바지락볶음은 얼핏 보기에는 매콤해 보였다. 하지만, 한 입 먹어보니 생각보다 달달한 맛이 강했다. 평소에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조금만 덜 달았으면 완벽했을 텐데.

달달한 바지락볶음
고추기름의 향긋함과 바지락의 신선함이 어우러진 바지락볶음.

하지만, 바지락 자체는 신선하고 쫄깃했다. 함께 볶아진 채소들도 아삭아삭한 식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밥반찬보다는 술안주로 더 잘 어울리는 메뉴였다. 그래서인지, 고량주와 함께 먹으니 단맛이 조금 중화되는 느낌이었다.

덴뿌라도 하나 시켜봤다. 바삭하게 튀겨낸 고기 튀김 위에 후추와 소금을 팍팍 뿌리고 얇게 썬 고추로 가볍게 무쳐냈다. 한 입 먹어보니, 예상대로 꽤 짰다. 소금을 조금만 덜 뿌렸으면 좋았을 텐데. 소금의 직관적인 짠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조금 부담스러웠다.

짭짤한 덴뿌라
바삭한 식감은 좋았지만, 짠맛이 강했던 덴뿌라.

고기 퀄리티도 썩 좋지는 않은 듯, 약간 잡내가 났다. 덴뿌라는 조금 아쉬웠지만, 다른 메뉴들이 워낙 훌륭했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며 고량주와 맥주를 번갈아 마시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러왔다. 시계를 보니 9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5시에 문을 열어 새벽까지 영업하는 이곳은 늦은 시간까지 술 한잔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기에 좋은 곳이다. 하지만,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따뜻한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오늘 맛봤던 음식들의 여운을 곱씹었다. 특히, 오징어튀김의 얼얼한 맛과 새우볶음밥의 고슬고슬한 식감이 자꾸만 떠올랐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 방문했던 대만 가정식 전문점의 따뜻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들 덕분에,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다음에는 민두랑 오향장육, 유린기를 꼭 먹어봐야지. 특히, 오향장육은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언제 가도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곳. 오향만두 옆, 숨겨진 보석 같은 이 곳은 나만의 서울 맛집 리스트에 영원히 자리 잡을 것이다. 다음 주말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오늘 맛보지 못했던 메뉴들을 섭렵해봐야겠다.

다음에 또 와야지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의 맛있는 기억을 가슴에 담는다.
깔끔하게 비워낸 접시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다채로운 요리
다양한 메뉴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는 곳.
푸짐한 한 상
푸짐한 한 상 차림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맛있는 음식들
이곳의 음식들은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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