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에서 만난 검은 보양식, 장원삼계탕에서 몸보신 제대로 한 제주 맛집 기행

어스름한 저녁,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기력은 바닥을 치는 날이었다. 뜨끈한 국물에 푹 삶아진 닭 한 마리가 간절하게 떠올랐다. 그래, 오늘 저녁은 삼계탕이다! 목적지는 조천 환승정류장 근처에 자리 잡은 “장원삼계탕 조천분점”. 삼양에 있는 장원삼계탕의 분점이라고 들었는데, 메뉴 구성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차올랐다.

차를 몰아 도착한 장원삼계탕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었다. 5년 전쯤 방문했을 때는 젊은 부부가 운영했는데, 어딘가 모르게 침침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맛도 그냥 평범했던 것 같은데… 과연 지금은 어떨까?

장원삼계탕 외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장원삼계탕 조천분점 외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예전의 어두침침했던 분위기는 조금 덜해진 듯했다. 부분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것 같았지만, 여전히 산뜻하고 깨끗한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이랄까.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녹두, 들깨, 전복 등 다양한 종류의 삼계탕이 눈에 띄었다. 삼양 본점과는 달리, 이곳은 삼계탕 종류에 집중한 듯했다. 하지만 가격대는 꽤 나가는 편. 특히 검은깨 삼계탕이 예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이 아쉬웠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일반 삼계탕, 녹두 삼계탕, 전복 삼계탕… 고민 끝에 나의 선택은 검은깨 삼계탕이었다. 왠지 모르게 검은깨의 고소함과 깊은 풍미가 끌렸다고 해야 할까. 주문을 마치고,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화장실로 향하는 통로에 LED 전등을 설치해 카페 같은 분위기를 내려고 한 듯 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장원삼계탕 메뉴판
다양한 종류의 삼계탕 메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잠시 후,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풋고추, 양파 장아찌, 깍두기, 무채. 소박하지만 정갈한 밑반찬들이었다. 풋고추의 신선함과 양파 장아찌의 새콤달콤함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깍두기는 약간 물컹거리는 식감에 이상한 냄새까지 나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무채 역시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았다. 결국 양파 장아찌만 몇 개 집어먹었는데, 찝찝한 기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부디 메인 메뉴인 삼계탕은 맛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검은깨 삼계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듯했다. 검은깨가 듬뿍 들어간 국물은 진하고 고소한 향을 풍겼다. 뽀얀 닭의 살결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붉은 대추가 얹어져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검은깨 삼계탕
검은깨가 듬뿍 들어간,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비주얼의 검은깨 삼계탕.

뜨거운 김을 후후 불며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검은깨의 고소함과 닭 육수의 깊은 풍미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졌다.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운 국물은 목 넘김도 편안했다. 특히 이곳 삼계탕은 국물이 넉넉한 스타일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담백함만이 입안에 감돌았다.

닭고기는 얼마나 부드러운지, 젓가락만 대도 살이 쉽게 발라졌다. 푹 삶아진 닭고기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닭 껍질은 쫄깃했고, 살코기는 촉촉했다. 닭 안에 찹쌀과 각종 견과류, 한약재 등이 듬뿍 들어 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찹쌀은 닭 육수를 듬뿍 머금어 더욱 고소하고 맛있었다. 찹쌀과 닭고기를 함께 먹으니, 든든함이 밀려왔다.

검은깨 삼계탕 근접샷
뽀얀 닭의 살결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붉은 대추가 얹어져 있다.

정신없이 삼계탕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텅 비어 있었다. 뱃속은 따뜻함으로 가득 찼고, 온몸에 기운이 솟아나는 듯했다. 찝찝했던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족감만이 남았다. 역시 이열치열,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이 주는 행복은 상상 이상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는 녹두 삼계탕이나 전복 삼계탕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녹두 삼계탕은 한방 향이 강하지 않고 담백하다고 하니, 왠지 내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았다. 물론, 밑반찬은 조금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원삼계탕 조천분점은 완벽한 맛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든든하게 몸보신을 할 수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검은깨 삼계탕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밑반찬과 삼계탕
정갈한 밑반찬과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삼계탕.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일주일에 한 끼는 꼭 삼계탕을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건강을 챙기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으니까.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삼계탕 맛집을 찾아가 볼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조천에서의 특별한 삼계탕 경험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밑반찬
소박하지만 정갈한 밑반찬들.
메뉴 가격
벽에 붙어있는 메뉴 가격표.
안내문
정갈하게 쓰여진 안내문구.
밑반찬 클로즈업
다양한 밑반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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