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낙이 오나니, 용인에서 만나는 인생 추어탕 맛집

오랜만에 평일 반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이런 날에는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진다. 문득 지인이 극찬했던 용인 추어탕 집이 떠올랐다. 평소 추어탕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그 친구의 강력한 추천을 믿고 한번 가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웨이팅을 감수하고 번호표를 뽑았다. 하얀 벽에 삐뚤빼뚤 손글씨로 적힌 번호표가 정겹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주변을 둘러봤다. 오래된 건물 외관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왠지 이런 곳일수록 내공이 느껴지는 법이지.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번호가 불렸다. “22번 손님, 들어오세요!” 하는 우렁찬 목소리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섰다.

다양한 반찬들이 스테인리스 통에 담겨져 있는 모습
셀프바에는 다양한 반찬들이 준비되어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추어탕 두 그릇을 주문했다. 반찬은 셀프라고 한다.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다양한 반찬들이 눈에 들어왔다. 김치, 나물, 잡채, 그리고 고등어조림까지! 쟁반을 들고 하나씩 담기 시작했다. 특히 고등어조림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드디어 추어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뽀얀 국물 위에는 송송 썰린 파와 다진 마늘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돌솥밥과 추어탕, 그리고 다양한 반찬들이 차려진 테이블 모습
돌솥밥과 함께 푸짐하게 차려진 추어탕 한 상.

가장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진하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내가 알던 추어탕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면서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미꾸라지의 풍미가 정말 좋았다.

테이블에 놓인 다진 마늘과 고추, 그리고 산초가루를 넣고 나만의 스타일로 추어탕을 만들어 먹었다. 특히 이 집 산초가루는 향이 강하지 않고 순해서, 부담 없이 듬뿍 넣을 수 있었다. 산초의 알싸한 향이 추어탕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주는 듯했다.

이 집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돌솥밥이다. 뜨겁게 달궈진 돌솥에 갓 지은 밥이 담겨 나오는데, 뚜껑을 여는 순간 윤기가 좔좔 흐르는 밥알이 식욕을 자극했다. 밥을 그릇에 퍼서 추어탕에 말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돌솥밥과 추어탕, 고등어조림, 잡채, 나물 등 다양한 반찬이 놓여진 테이블
돌솥밥과 함께 즐기는 다채로운 반찬들.

셀프바에서 가져온 반찬들도 하나같이 훌륭했다. 특히 고등어조림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양념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부드러운 고등어 살과 무를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잡채는 야채 없이 당면만으로 만들어졌는데,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다. 평소에 잘 먹지 않던 나물들도, 이날따라 왜 이렇게 맛있던지.

밥을 다 먹고, 돌솥에 남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었다. 구수한 숭늉으로 입가심을 하니,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식혜까지 한 잔 마시니, 정말 완벽한 식사였다.

종이 냅킨 위에 놓인 미꾸라지 튀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미꾸라지 튀김.

미꾸라지 튀김도 빼놓을 수 없다. 갓 튀겨져 나온 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고소한 미꾸라지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튀김옷도 과하지 않아서, 미꾸라지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추 다대기와 마늘 다대기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고등어조림과 튀김은 여전히 맛있었고, 무엇보다 추어탕 자체가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왠지 모르게 몸이 건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평소 추어탕을 즐겨 먹지 않던 나조차도, 이 집 추어탕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왜 지인이 그토록 극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종이 냅킨 위에 놓인 미꾸라지 튀김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미꾸라지 튀김.

다음에 또 용인에 올 일이 있다면, 주저 없이 이 식당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맛있는 추어탕을 함께 즐기고 싶다. 분명 부모님도 만족하실 거라고 확신한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맛있게 드셨어요?” 하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아주머니께서도 활짝 웃으셨다.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정말 행복한 식사였다.

용인에서 추어탕 맛집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기다림이 길더라도, 그 기다림 끝에 낙이 오리니.

컵에 담긴 식혜
식사 후 입가심으로 즐기는 시원한 식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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