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안동 구시장 맛집, 원조안동찜닭에서 만나는 특별한 이야기

안동, 그 이름만 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곳. 오래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그곳으로 훌쩍 떠나기로 결심했다. 목적은 단 하나, 진짜 안동찜닭의 원조를 맛보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몇 번이고 먹어봤지만, 왠지 모르게 안동에서 먹는 찜닭은 다를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안동역에 내리자마자 구시장으로 향했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드디어 그 유명한 “원조안동찜닭”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 1980년부터 시작했다는 문구가 왠지 모를 깊이를 더했다. 가게 앞에는 연예인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는데, 마치 오랜 역사를 증명하는 듯했다. 사진 속 인물들의 젊은 시절 모습은, 이 집이 얼마나 오랫동안 안동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와 이경규의 방문 사진이었다. 편스토랑에서 찜닭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니, 과연 원조는 다르구나 싶었다. 커다란 간판에는 ‘원조안동찜닭’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고, 그 옆에는 전화번호와 함께 ‘구. 우리통닭’이라는 옛 이름이 함께 적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원조안동찜닭 간판
1980년부터 이어져 온 원조안동찜닭의 간판. 오랜 역사와 유명인들의 방문을 자랑한다.

문득, 안으로 들어가기 전 가게 앞에 놓인 좌판대가 눈에 들어왔다. 싱싱한 채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가게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말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보니, 역시나 찜닭 단일 메뉴였다. 찜닭의 크기만 선택하면 되는 간단한 구성. 나는 망설임 없이 ‘중’ 사이즈를 주문했다. 보통맛으로 부탁드렸더니, 살짝 매콤할 수 있다고 미리 알려주셨다.

주문을 마치고 가게 안을 둘러보니, 벽면에는 찜닭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흔히 먹는 안동찜닭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유래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찜닭에 당면이 푸짐하게 들어가는 이유가 적혀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4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원조안동찜닭’이라는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아무나 쓸 수 없는 이름으로 음식을 만드는 곳, 바로 이곳이 진정한 원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찜닭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에 담겨 나온 찜닭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닭고기와 당면, 감자, 양파, 당근 등 다양한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찜닭 특유의 달콤 짭짤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젓가락을 들어 당면을 집어 올리니,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역시, 찜닭에는 당면이 생명이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닭을 보니, 어서 빨리 맛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찜닭 한 상 차림
푸짐한 찜닭 한 상 차림. 뜨거운 김이 식욕을 자극한다.

먼저 닭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닭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양념이 속까지 잘 배어 있어 정말 맛있었다. 서울에서 먹던 찜닭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었다. 닭고기 자체의 신선함도 달랐지만, 무엇보다 양념 맛이 깊고 풍부했다. 너무 짜거나 달지 않고, 은은하게 매콤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딱 내 입맛에 맞았다. 푹 익은 감자는 입 안에서 살살 녹았고, 아삭한 양파는 찜닭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특히 넉넉하게 들어간 당면은, 찜닭 양념을 듬뿍 머금어 정말 꿀맛이었다. 후루룩, 후루룩, 정신없이 당면을 흡입했다.

찜닭을 먹으면서 자꾸만 손이 가는 반찬이 있었다. 바로 김치였다. 찜닭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원하고 아삭한 무피클도 찜닭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찜닭 한 입, 김치 한 입, 무피클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정말 끊임없이 들어갔다.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직원분들은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꼼꼼하게 챙겨주셨고, 빈 접시도 빠르게 치워주셨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와 함께 온 손님을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맵지 않게 찜닭을 만들어주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어느덧 찜닭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배가 너무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찜닭 양념에 밥을 비벼 먹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솟아올랐다. 결국 공깃밥을 하나 추가 주문했다. 찜닭 양념에 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찜닭 양념과 고슬고슬한 밥알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만들어냈다. 밥알에 스며든 닭고기 조각과 채소들을 함께 먹으니, 정말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푸짐한 찜닭
윤기가 흐르는 찜닭의 모습. 닭고기와 당면,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정신없이 밥을 비벼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배는 터질 듯이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찜닭 한 그릇에 담긴 안동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특별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그곳에서 배우 전원주씨를 쏙 빼닮은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푸근한 인상과 친절한 미소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안동 사람들은 사장님을 ‘안동의 전원주 아줌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가게를 나서면서,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안동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찜닭 ‘대’ 사이즈에 도전해봐야겠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구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찜닭 골목에는 수많은 찜닭집들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원조안동찜닭’만이 진짜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게 전경
정겨운 분위기의 가게 전경.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안동 구시장에서 맛본 원조안동찜닭. 단순히 찜닭 한 그릇을 먹은 것이 아니라, 안동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한 듯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안동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안동의 거리를 걸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시장 골목에 위치한 오래된 가게라 그런지, 위생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가게 내부는 다소 어수선했고, 정리되지 않은 짐들이 눈에 띄었다. 또한, 닭고기에서 약간의 냄새가 난다는 후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맛집에서는, 이러한 단점들이 어느 정도 감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보통’맛을 시켰는데, 맵찔이인 내 입맛에는 딱 알맞게 매콤했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운맛’이나 ‘아주 매운맛’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 집 찜닭이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프랜차이즈 찜닭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소 텁텁하고 국물이 많은 스타일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집만의 담백한 맛이 좋았다. 인삼이 들어간다는 후기도 있었는데, 나는 특별히 인삼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돌아오는 길, 안동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 찜닭의 여운을 곱씹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찜닭 양념, 쫄깃한 닭고기, 푸짐한 당면, 아삭한 채소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안동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안동찜닭 맛집 투어는 필수 코스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원조안동찜닭’은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46년의 역사가 담긴 깊은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며칠 동안 찜닭 생각이 났다. 조만간 다시 안동에 가서 찜닭을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때는 꼭 부모님을 모시고 가야겠다. 부모님도 분명히 좋아하실 것이다. 안동 맛집 “원조안동찜닭”, 내 인생 맛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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