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들어가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서울의 찌는 듯한 더위는 저 멀리 잊혀지고, 콧속으로 시원한 바람이 스며들었다. 목적지는 흥정계곡 근처, 현지인들이 강력 추천한다는 숨겨진 맛집이었다. 사실 여행 전부터 메기매운탕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도시에서는 흔히 맛볼 수 없는, 진짜 토속적인 맛을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훅 풍겨오는 흙내음과 풀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은 짙은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잔뜩 흐려 있었다. 오히려 이런 날씨가 매운탕의 얼큰함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다. 식당 앞에 서니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빠가사리 매운탕, 메기 매운탕, 닭볶음탕, 백숙… 고민 끝에 메기 매운탕 중자를 주문했다. 4명이서 먹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나무 테이블과 벤치 의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벽에는 방문객들의 낙서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곧이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하나 둘씩 놓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콩나물 무침, 짭짤하면서도 아삭한 오이 장아찌, 그리고 잘 익은 깍두기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고 신선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갓 무쳐낸 듯한 배추김치는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기 매운탕이 테이블 중앙에 놓였다. 큼지막한 냄비 안에는 메기와 함께 쑥갓, 애호박, 감자 등 갖가지 채소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코를 찔렀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깊고 진한 맛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마치 강원도 할머니가 끓여주신 듯한, 깊고 구수한 장맛이 느껴졌다.
경상도에서 자란 나는 제피가 들어간 매운탕을 즐겨 먹었지만, 이 집의 매운탕은 전혀 다른 매력이 있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메기는 냄새 하나 없이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발라 국물에 적셔 먹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감자는 포슬포슬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매운탕에는 수제비 사리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얇고 쫄깃한 수제비는, 직접 손으로 뜯어 만든 듯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모양새였다. 끓는 국물에 수제비를 넣고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다시 한 번 국물을 맛봤다. 수제비에서 우러나온 전분 덕분에 국물은 더욱 걸쭉해지고, 깊은 맛은 한층 더 진해졌다. 갓 지은 따뜻한 쌀밥 위에 메기 살점과 수제비를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옆 테이블에서는 닭백숙을 시켜 먹는 손님들이 보였다. 커다란 냄비에 담겨 나온 닭백숙은, 보기만 해도 든든해 보였다. 뽀얀 국물 위로 큼지막한 닭 다리가 솟아 있었고, 은은한 한약재 향이 코를 자극했다. 다음번에는 꼭 닭백숙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장님께서 직접 담근 수정과를 내어주셨다. 은은한 계피 향과 달콤한 맛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식당을 나서며,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건넸다. 환한 미소로 답해주시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손님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평창의 숨은 매운탕 맛집에서, 잊지 못할 한 끼 식사를 경험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평창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다시 찾아와야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짙은 녹음과 맑은 공기, 그리고 따뜻한 인심까지. 평창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특히, 잊을 수 없는 메기 매운탕의 맛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도시로 돌아가, 문득 매운탕이 생각날 때면, 평창에서의 따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될 것이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정(情)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푸짐한 양과 신선한 재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할머니의 손맛처럼 느껴지는 깊은 맛이었다. 만약 평창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이 맛집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핸드폰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으니 현금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그 정도 불편함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닭볶음탕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옆 테이블에서 먹는 모습을 보니, 매콤한 양념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특히, 닭볶음탕에 라면 사리를 추가해서 먹는 모습은 정말 꿀맛처럼 보였다. 다음번 평창 여행은, 닭볶음탕과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으로 계획해야겠다. 물론, 숙취 해소에는 메기 매운탕만 한 것이 없겠지만 말이다.

평창의 숨겨진 맛집에서, 진정한 강원도의 맛을 경험하고 돌아온 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이곳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평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이 맛집을 방문하여 인생 매운탕을 맛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후회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