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오후, 며칠 전부터 눈여겨봤던 부평의 한 중식 레스토랑, ‘공을기’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붉은색 차양이 드리워진 입구, 그리고 그 위로 겹겹이 매달린 홍등은 마치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을 선사했다. 하나은행과 교회 사이, 좁다란 골목길에 어렵사리 주차를 마치고, 드디어 그 문턱을 넘었다.

입구 간판에는 만두와 동파육이 전문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짜장면의 강렬한 유혹을 떨쳐낼 수 없었다. 짬뽕을 즐겨 먹는 나에게 짬뽕이 없다는 사실은 조금 아쉬웠지만, 이곳만의 특별한 짜장면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에 기꺼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기로 했다. 두반장 짜장과 꿔바로우, 이 두 가지 메뉴가 나의 미각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 기대하며, 나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레스토랑 안으로 발을 들였다.
1층과 2층으로 나뉜 실내는, 과연 소문대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낡은 듯하면서도 세련된 의자와 테이블, 어둑한 조명 아래 은은하게 흐르는 피아노 연주곡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특히 붉은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 자리는 마치 80년대 홍콩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벽면에는 영화 ‘화양연화’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어 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자리에 앉자 직원분이 메뉴판을 건네주셨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과연 평범한 중식당과는 거리가 먼, 개성 넘치는 요리들이 가득했다. 동파육, 샹러즈찌 같은 흔치 않은 메뉴들 사이에서 나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다른 테이블에서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에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반장 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짜장면과는 확연히 다른, 붉은빛이 감도는 소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면! 쫄면처럼 탱글탱글한 면발은 과연 어떤 식감을 선사할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짜장을 내어주시던 직원분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곧이어 나온 꿔바로우 덕분에 면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바로 옥수수면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옥수수면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주문을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눈앞에 놓인 짜장의 강렬한 비주얼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젓가락을 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옥수수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은 분명히 색달랐지만, 익숙한 밀가루 면의 짜장면과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쫄면과 짜장 소스가 따로 노는 듯한, 낯선 조합이었다.
두반장 소스 역시, 기대했던 매콤함보다는 마파두부에서 ‘마’가 빠진 듯한 묘한 맛이었다. 오히려 밥이나 볶음밥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나는 묵묵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이어서 등장한 꿔바로우는, 새콤함이 지나치게 강조된 탓에 달콤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새콤달콤바삭촉촉’이라는 꿔바로우의 미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다소 아쉬운 맛이었다. 튀김옷은 바삭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고기의 촉촉함은 새콤한 맛에 가려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서는 발걸음은, 솔직히 가벼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맛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만족감을 얻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독특한 콘셉트와 분위기는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맛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궁금증 해결’이라는 단어로 이번 방문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공을기’는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다. 어둑한 조명 아래 흐르는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 그리고 홍콩 영화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는,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맛은 다소 아쉬웠지만, 분위기에 취해 술 한잔 기울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고량주 하이볼은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선택일 것이다.
다음에 ‘공을기’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동파육이나 샹러즈찌 같은, 이곳의 대표 메뉴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리고 따뜻한 자스민차 한 잔과 함께,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맛뿐만 아니라 서비스에도 조금 더 신경 쓴다면, ‘공을기’는 분명 부평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을기’의 음식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또한, 식사로 즐기기에는 양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한 분위기 속에서 색다른 중식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공을기’는 분명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데이트나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 강력 추천한다.
‘공을기’를 나서며, 나는 20년 전 북경에서 맛보았던 ‘공을기’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했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맛을 경험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돌아오는 길, 귓가에는 여전히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맴돌았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공을기’의 독특한 분위기와 옥수수면 짜장의 낯선 맛이 강렬한 잔상으로 남아 있었다. 어쩌면, ‘공을기’는 맛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는 곳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분위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부평에서 특별한 중식 경험을 원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공을기’의 문을 두드려보자.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숨겨진 부평 맛집 탐험은 언제나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