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햇살이 눈부시다. 이런 날은 집에서 뒹굴 거릴 수 없다. 카메라를 챙겨 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대구 근대골목. 좁다란 골목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낡은 담벼락, 빛바랜 간판, 삐걱거리는 나무 대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풍경들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근대골목을 천천히 걷다가 점심시간이 되자 배가 고파졌다. 뭘 먹을까 고민하며 걷던 중, 좁은 골목 안쪽에 숨어있는 듯한 식당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서영홍합밥’이라는 간판이 정겹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온돌방이 나왔다. 옛날 할머니 집에서 보던 익숙한 풍경이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 기둥과 창문, 빛바랜 벽지…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마침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자리를 잡았다.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메뉴는 홍합밥, 녹두전, 수육, 칼국수 등이 있었다. 홍합밥이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듯하여 홍합밥 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한 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겉절이 김치, 짭짤한 멸치볶음, 새콤달콤한 양파 무침, 슴슴한 배추된장국…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홍합밥이 나왔다. 커다란 그릇에 담긴 밥 위에는 잘게 썰린 부추와 김 가루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얼핏 봐서는 홍합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니, 은은한 홍합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밥은 약간 질었지만, 찰기가 느껴졌다. 양념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니, 꿀맛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홍합은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밥 자체가 맛있었고, 반찬들도 훌륭해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 특히 겉절이 김치는 정말 밥도둑이었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들었다. 배추된장국도 시원하고 구수했다. 마치 할머니가 끓여주신 듯한 정겨운 맛이었다.
홍합밥을 다 먹고 나니, 녹두전이 먹고 싶어졌다. 녹두전은 기름에 튀기듯이 구워져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고소한 녹두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따뜻할 때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식으니 기름이 조금 느끼하게 느껴졌다.

식사를 하면서 동동주도 한 잔 시켜 마셨다.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녹두전과 함께 먹으니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밖에는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나는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서영홍합밥은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조미료 맛이 강하지 않고, 음식들이 짜지 않아서 좋았다. 어른들을 모시고 가기에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식당에는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이 많이 계셨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신발장이 없다는 점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신발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특히 귀중한 신발을 신고 갔을 때는 조금 신경이 쓰일 것 같다. 그리고 홍합밥에 홍합이 너무 적다는 점도 아쉬웠다. 홍합이 조금만 더 많이 들어있으면 더욱 맛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식당이 붐빌 때는 조금 정신이 없을 수 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손님들이 많아서 조용하게 식사를 즐기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영홍합밥은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대구 맛집이다.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맛있는 한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홍합밥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이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가볍게 식사를 하기에도 좋다. 식사를 마치고 근대골목을 따라 계산성당을 방문하여 멋진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칼국수와 수육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특히 수육은 양파 무침과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 동동주도 넉넉하게 시켜서, 친구들과 함께 낮술을 즐기고 싶다. 서영홍합밥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준 곳이다. 앞으로도 종종 방문하여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를 만끽해야겠다.

서영홍합밥은 대구 중구 골목길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곳이다. 붐비는 시간에는 대기가 있을 수 있으니, 예약을 하거나 조금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다. 주차장은 따로 없으니,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서영홍합밥은 특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서영홍합밥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