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으로 향하는 길, 내비게이션은 시내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동네 한켠을 가리키고 있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왠지 모를 기대감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용궁식당’은 마치 오랜 친구의 집을 방문한 듯한 푸근한 첫인상을 풍겼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외관, 정겹게 빛나는 조명 아래 “오징어불고기”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낡은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깊은 내공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주차는 식당 앞 3~4대 정도 가능한 공간과 길가에 적당히 눈치껏 해야 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매콤한 연탄불 향이 나를 더욱 설레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벽면 가득 채워진 손님들의 낙서와 싸인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한쪽 벽면을 장식한 연예인들의 흔적은 이곳이 단순한 동네 식당이 아닌, 숨겨진 보은 맛집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좌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태블릿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메뉴는 오징어구이, 돼지고기구이 등 직화구이 메뉴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순대국밥도 인기 메뉴인 듯했다. 독특했던 점은 메뉴를 1인분씩 주문할 수 있다는 것. 혼자 방문한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시스템이었다. 고민 끝에 시그니처 메뉴인 오징어구이 1인분과 순대국밥을 주문했다. 공기밥은 별도라는 안내 문구가 있었지만, 이 맛있는 음식에 밥이 빠질 수 없지!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숭늉이 담긴 주전자가 나왔다. 쌀쌀한 날씨 탓에 몸이 으슬으슬했는데, 따뜻한 숭늉 한 잔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테이블 한켠에는 김 가루가 담긴 통이 놓여 있었다. 숭늉에 김 가루를 솔솔 뿌려 먹으니, 고소한 풍미가 한층 더 깊어졌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징어구이가 눈 앞에 펼쳐졌다. 접시 가득 담긴 붉은 양념의 오징어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오징어 위에는 신선한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과 함께, 은은하게 풍겨오는 연탄불 향이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오징어 한 점을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한 양념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은은하게 느껴지는 연탄불 향은 오징어구이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양념은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오징어구이와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했다. 특히,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는 백김치는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매콤한 오징어구이를 먹다가 백김치 한 점을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콩나물국 역시 시원하고 깔끔한 맛으로,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간장 양념 삼겹살, 콩나물국, 참기름에 무친 백김치의 조합은 정말 훌륭했다.

곧이어 순대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다진 양념이 얹어져 있었다.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먹어보니, 깊고 진한 사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다진 양념을 조금 넣어 먹으니, 칼칼하면서도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순대와 각종 부속 고기 역시 푸짐하게 들어있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어느새 땀을 뻘뻘 흘리며 오징어구이와 순대국밥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에게는 살짝 매콤하게 느껴졌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성 강한 맛이었다. 특히, 오징어구이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밥 한 공기를 더 시켜서 비벼 먹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지만, 이미 배가 너무 불러 아쉽지만 포기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했다. 오징어구이 1인분과 순대국밥, 공기밥까지 모두 합쳐 1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니, 가성비 또한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용궁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보은이라는 지역의 따뜻한 정과 맛을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가게 앞에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과, 밥맛이 조금 아쉽다는 평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덮을 만큼 오징어구이의 맛은 훌륭했다.
용궁식당을 나서며, 다음번에는 꼭 대추막걸리와 함께 오징어볶음을 즐겨보리라 다짐했다. 보은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용궁식당에서 연탄불 향 가득한 오징어구이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진정한 맛집을 찾은 기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