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 후 무작정 이수역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남성시장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 간판조차 없는 노포 곱창집이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세련된 인테리어는 없지만, 40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곳은, 이미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나 역시 곱창 마니아로서, 이곳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정겨운 시장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곱창집은, 첫인상부터 편안함과 푸근함을 안겨주었다.
가게 앞을 서성이며, 망설일 틈도 없이 이끌리듯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고소한 곱창 볶음 냄새는, 나의 후각을 강렬하게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었다. 에서 보이는 허름한 천막 아래, 간판 대신 손으로 삐뚤빼뚤 적어 놓은 듯한 메뉴판이 정겹다.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곳만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내부는 역시나 소박했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아담한 공간은, 이미 곱창을 즐기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20년 넘게 이곳을 찾았다는 단골 어르신들부터, 앳된 얼굴의 여고생들까지, 손님들의 연령층도 다양했다. 에서 보이듯, 편안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동네 명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순대곱창, 곱창볶음 모두 1인분에 10,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가격이라니, 정말 혜자스럽다. 고민할 것도 없이, 곱창볶음 2인분을 주문했다. 맥주 한 잔이 간절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주문과 동시에,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께서 능숙한 솜씨로 곱창을 볶기 시작했다.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곱창볶음이 눈 앞에 등장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양념에 푹 버무려진 곱창과 야채들이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곱창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을 들고, 드디어 곱창을 맛볼 차례. 쫄깃쫄깃한 곱창의 식감은,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달콤한 양념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곱창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양념이 쏙 배어든 야채들과 함께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아삭아삭한 양배추와 향긋한 깻잎은, 곱창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매콤한 양념에 볶아진 야들야들한 곱창을 입에 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정말 맛있다!” 20년 넘게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왔다는 이야기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먹다 보니, 순대곱창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순대곱창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쫄깃한 곱창과 함께 탱글탱글한 순대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곱창볶음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순대곱창 역시, 정말 훌륭했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순대는,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곱창과 순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곱창볶음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볶음밥!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다.
아주머니께 볶음밥을 부탁드리자, 김가루와 참기름을 듬뿍 넣고 맛있게 볶아주셨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볶음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철판 바닥에 눌어붙은 볶음밥까지 싹싹 긁어먹으니, 정말 배가 불렀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은 총 32,000원. 곱창볶음 2인분, 순대곱창 1인분, 볶음밥 1인분을 먹고 이 가격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맛있는 곱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가게 문을 나섰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겨운 분위기와 푸짐한 인심,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곱창이 있는 곳. 간판 없는 곱창집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에서처럼, 낡은 간판 대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오히려 이곳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쩌면 간판이 없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 곱창 냄새가 옷에 배어 있었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맛있는 곱창을 먹었다는 만족감과 행복감이 나를 감쌌다.
남성시장의 간판 없는 곱창집.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40년 세월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분위기나 위생을 따지는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맛있는 곱창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곱창에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다. 남성시장의 간판 없는 곱창집, 나의 인생 맛집으로 등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