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녀석이 몇 주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곳이 있었어. 을지로3가에 있는 동강나루터라는 곳인데, 자기가 먹어본 민물매운탕 중에 최고라나? 원래 민물 특유의 흙내 때문에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그 친구가 하도 극찬을 하길래 반신반의하면서 따라나섰지.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어. 그냥 친구 얼굴이나 보고, 소주나 한잔 기울일 생각으로.
퇴근하자마자 곧장 을지로3가역으로 향했어. 1번 출구에서 나와 3분 정도 걸으니, 대로변 2층에 자리 잡은 “동강나루터” 간판이 눈에 띄더라고. 간판은 큼지막해서 찾기 쉬웠는데, 입구가 어딘가 했더니 건물 옆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하더라. 낡은 건물에 2층으로 향하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마치 숨겨진 을지로 맛집을 찾아가는 기분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펼쳐졌어. 평일 저녁인데도 손님들이 꽤 많더라.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매운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어. 딱 보는 순간, ‘아, 여기 진짜 맛집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마치 오래된 노포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천장에는 형광등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군데군데 붙어있는 오래된 포스터들이 정겨운 느낌을 더했어.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봤어. 메뉴는 심플하더라. 참게 메기 매운탕이 메인이고, 튀김 종류가 몇 가지 있었어. 우리는 참게 메기 매운탕 중 사이즈에 섞어 튀김 작은 사이즈를 주문했지. 친구가 여기 오면 무조건 섞어 튀김도 먹어봐야 한다고 강력 추천하더라고. 그리고 식전주 느낌으로 ‘새로’ 다래 버전이 있길래, 입맛 돋우기 용으로 한 병 시켜봤어.

주문하고 나니 밑반찬이 바로 나왔어. 파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이렇게 김치 3종 세트가 전부였는데, 비주얼부터가 장난 아니더라.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전라도 김치 스타일이었어. 특히 갓김치가 진짜 예술이었어. 적당히 짭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입맛을 확 돋우더라고. 김치만으로도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비울 수 있을 것 같았어.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 김치 맛집으로도 유명하더라. 역시, 맛집은 밑반찬부터가 다르다니까. 김치 추가는 셀프바에서 알아서 가져다 먹으면 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참게 메기 매운탕이 등장했어. 큼지막한 냄비에 미나리와 팽이버섯이 산처럼 쌓여서 나오는데, 비주얼부터 압도적이더라.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어.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미나리 숨이 죽으니, 그 아래 숨어있던 참게와 메기가 모습을 드러냈어.

국물을 한 입 떠먹어봤는데… 와, 진짜 이건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오더라. 내가 민물매운탕을 먹으면서 이렇게 감탄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어. 혹시나 흙내가 날까 봐 걱정했는데, 웬걸? 흙내는 전혀 안 나고,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입 안 가득 퍼지는 거야. 민물새우를 아낌없이 넣어서 국물 맛이 정말 깊고 진하더라고.
참게는 크기가 엄청 큰 편은 아니었지만, 속이 꽉 차 있었어. 특히 참게 내장에 알이 가득했는데, 녹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어. 메기는 살이 엄청 부드럽고 담백하더라.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거야. 그리고 기본으로 수제비 사리가 들어있는데, 쫄깃쫄깃한 식감이 국물이랑 너무 잘 어울리더라. 솔직히 밥 생각은 전혀 안 났어. 수제비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르더라고.

매운탕을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섞어 튀김이 나왔어. 칠게, 민물새우, 미꾸라지 튀김이 푸짐하게 쌓여서 나오는데, 보자마자 침이 꼴깍 넘어갔지. 튀김옷이 엄청 얇고 바삭해 보이더라. 칠게 튀김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하고, 민물새우 튀김은 새우 특유의 단맛이 느껴지고, 미꾸라지 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진짜 맛있었어. 특히 매운탕 국물에 튀김을 살짝 적셔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 따로 없더라. 느끼함은 싹 가시고, 고소함과 매콤함이 입 안에서 폭발하는 느낌이었어.

매운탕이랑 튀김이 너무 맛있어서 술이 술술 들어가더라. ‘새로’ 다래 버전은 처음 마셔봤는데, 깔끔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매운탕이랑 너무 잘 어울렸어. 식전주로 마시기에 딱 좋더라고. 다음에는 아예 매운탕에 집중해서 소주를 제대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솔직히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방문했는데, 여기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 민물매운탕에 대한 나의 편견을 완전히 깨준 곳이라고 할까? 국물 맛, 신선한 재료, 푸짐한 양, 친절한 서비스,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어. 특히, 국물이 진짜 예술이야. 시원하면서도 칼칼하고, 깊고 진한 맛이 잊히지가 않아.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맛이 아른거린다니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게가 2층에 있어서 계단이 좀 가파르다는 거야. 술에 취한 상태로 내려갈 때는 조심해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이 정도 불편함은 맛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고 생각해. 화장실은 식당 안쪽에 있는데,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좋았어.

다음에 또 을지로에 갈 일이 있다면, 무조건 여기는 재방문할 거야. 그땐 꼭 부모님 모시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분명 부모님도 엄청 좋아하실 것 같아. 아, 그리고 여기 시경이 형도 다녀갔었대. 역시 맛잘알은 다르다니까.
만약 당신이 민물매운탕을 좋아한다면, 혹은 새로운 서울 맛집을 찾고 있다면, 동강나루터에 꼭 한번 방문해 보길 바라. 후회는 절대 없을 거야. 장담하는데, 당신도 나처럼 인생 매운탕을 만나게 될 거야. 진짜 꼭 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