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성수동 골목길을 천천히 거닐었다. 붉은 벽돌 건물과 낡은 간판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묘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오늘 저녁 목적지는 숱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건너집’.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돼지갈비를 맛볼 생각에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드디어 ‘건너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글씨로 쓰인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나무로 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테이블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활기찬 대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다행히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삼겹살, 목살, 갈매기살 등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단연 돼지갈비였다. 12년 만에 한국에 온 언니, 동생과 함께 일본에서 온 가족 모두 만족했다는 후기를 떠올리니, 돼지갈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게다가 꽃게무침도 추천 메뉴라니, 함께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마치 잘 차려진 한정식집에 온 듯, 푸짐하고 다채로운 구성에 감탄했다. 싱싱한 쌈 채소는 기본이고, 곱창김과 강황밥이라는 신선한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갓김치에 참기름을 뿌려 내온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돼지갈비와의 궁합이 기대되는 조합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갈비가 등장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돼지갈비는 초벌구이가 되어 나왔다. 덕분에 테이블에서 굽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옷에 냄새가 배는 걱정도 덜 수 있었다. 불판 위에 돼지갈비를 올리자,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돼지갈비가 익어가는 동안, 명란폭탄계란찜이 나왔다. 이름처럼 계란찜 위에는 명란이 아낌없이 올려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맛을 보니, 퐁실퐁실한 식감과 짭짤한 명란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왜 다들 명란폭탄계란찜을 꼭 시켜야 할 메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잘 익은 돼지갈비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겉모습은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조심스럽게 입 안으로 가져가니, 숯불 향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갈비는 정말 부드러웠고, 육즙은 풍부했다. 과하지 않은 양념은 돼지갈비 본연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번에는 곱창김 위에 강황밥을 올리고, 그 위에 잘 익은 돼지갈비를 얹어 먹어봤다. 짭짤한 김과 고소한 밥, 그리고 달콤한 돼지갈비의 조합은 상상 이상이었다. 쌈무를 더해 먹으니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밑반찬 하나하나가 돼지갈비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달래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를 맛봤다. 향긋한 달래 향이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миѕуѕу는 절로 흘러나왔다. 된장찌개는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장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어느덧 돼지갈비를 모두 해치우고, 아쉬운 마음에 김치볶음밥을 추가로 주문했다. 김치볶음밥은 김치, 밥, 김가루, 계란후라이 등 익숙한 재료들로 만들어졌지만, 그 맛은 특별했다.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김치볶음밥은 볶음밥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입가심을 위해 물냉면을 주문했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는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면을 후루룩 들이키니, 더위가 싹 가시는 듯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돼지갈비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한 맛만 남았다. 특히 명태회 냉면으로 주문하면, 톡 쏘는 매콤함이 더해져 더욱 잊을 수 없는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면에 재미있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고기 맛으로 승부하는 집”. 그 문구를 보는 순간, ‘건너집’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실제로 ‘건너집’은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식이 맛있어요”라는 키워드를 선택했을 정도로, 맛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곳이었다.

‘건너집’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 덕분에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직원들은 테이블을 살피며 부족한 반찬을 알아서 리필해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덕분에 불편함 없이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가게를 나서며, 다음에 또 방문할 것을 다짐했다. 다음에는 삼겹살과 목살도 꼭 먹어봐야지. 성수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건너집’에서 맛있는 돼지갈비를 맛보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건너집’에서 풍겨져 나오던 숯불 향이 잊혀지지 않았다. 성수동 골목길 한 켠에서 묵묵히 맛을 지켜온 ‘건너집’. 그곳에서 나는 서울의 진정한 맛을 발견했다.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