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고흥 녹동항에 발을 디뎠다. 싱싱한 해산물의 향기가 코를 간지럽히는 항구는 활기 넘치는 어부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짭짤한 바다 내음으로 가득했다. 늦은 시간, 횟집들은 이미 문을 닫았고, 출출한 배를 채울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한 감자탕집이 들어왔다. ‘선굼터 감자탕’이라는 정겨운 이름이 왠지 모르게 끌렸다. 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허기를 달래줄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걸까. 나는 망설임 없이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꽤 있어서, 이곳이 녹동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임을 짐작하게 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감자탕뿐만 아니라 뼈해장국, 묵은지 감자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혼자 온 터라 뼈해장국을 먹을까 고민했지만, 문득 ‘문어 감자탕’이라는 독특한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녹동항까지 와서 해산물을 안 먹을 수 없지! 나는 문어 감자탕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밑반찬을 세팅해주셨다. 쟁반 위에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였다. 채 썬 양배추 샐러드, 콩나물 무침, 깍두기, 그리고 쌈장과 함께 나온 오이와 고추까지.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부터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문어 감자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뼈와 야채,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다. 갓 끓여져 나온 감자탕은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며 식욕을 자극했다. 뽀얀 국물 위에는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문어는 직원분이 직접 먹기 좋게 잘라주셨다. 쫄깃쫄깃한 문어 다리를 하나 집어 입에 넣으니,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신선한 문어의 풍미와 감자탕 국물의 조화는 상상 이상이었다. 감자탕 국물은 돼지 뼈에서 우러나온 깊은 맛과 문어의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뼈에 붙은 살코기도 푸짐했다. 젓가락으로 살살 발라내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육질이 그대로 느껴졌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푹 익은 살코기는 입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특히, 겨자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욱 감칠맛이 났다.

감자탕에는 큼지막한 감자도 듬뿍 들어 있었다. 포슬포슬하게 익은 감자는 국물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뼈와 살코기, 문어, 감자까지,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감자탕을 즐겼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푸짐한 양에 감탄하며, 나는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어느 정도 배가 차니, 그제야 가게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한쪽 벽면에는 감자탕의 유래와 효능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감자탕은 돼지 등뼈를 우려낸 국물에 감자, 야채 등을 넣고 끓인 음식으로,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하여 뼈 건강에 좋고, 소화 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새벽에 방문했던 손님이 직원분들이 방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았다는 리뷰가 있었는데, 24시간 운영되는 곳이니만큼 휴식을 취하는 공간도 필요한 법이다.
벽에는 “감자탕의 유래”라는 설명과 함께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감자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 효능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글을 읽으니,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셀프바가 마련되어 있어, 부족한 반찬은 얼마든지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나는 깍두기가 너무 맛있어서 몇 번이나 리필해 먹었다. 직원분들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더욱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든든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하셨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생 맛집을 발견하곤 한다. 선굼터 감자탕이 나에게는 그런 곳이었다. 녹동항의 밤바다 향기를 닮은 문어 감자탕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맛으로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을 것 같다. 다음에 녹동항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어김없이 선굼터 감자탕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뼈해장국에 돌솥밥까지 든든하게 먹어봐야지.

여행 중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리뷰도 종종 보이지만, 다행히 나는 친절한 서비스와 맛있는 음식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 녹동항에서 따뜻한 국물과 푸짐한 인심을 느끼고 싶다면 선굼터 감자탕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 없이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넓은 매장 덕분에 단체 손님도 거뜬히 수용할 수 있다고 하니, 여럿이 함께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와서 문어 감자탕에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다.
돌아오는 길, 나는 따뜻한 감자탕 국물처럼 훈훈한 마음으로 녹동항의 밤거리를 걸었다. 짭짤한 바다 내음과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녹동항에서의 특별한 맛집 경험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숙소 근처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선굼터 감자탕을 다시 발견했다.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새벽부터 삼겹살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도 있다는 후기를 보니, 이곳은 정말 녹동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감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선굼터 감자탕에서 맛본 문어 감자탕과 친절한 서비스는 녹동항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녹동항 맛집 탐방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지역명 맛집을 발견하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