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맛 그대로, 부안 숨은 노포에서 맛보는 향토 매운탕의 깊은 풍미 (부안 맛집)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부안시장의 작은 골목길, 그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노포 한 곳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낡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발길을 붙잡는 이곳은, 2대째 이어져 오는 숨겨진 부안 맛집이었다.

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활기 넘치는 상인들의 모습과 신선한 해산물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을 때, 한 택시 기사님께서 나를 불러 세우셨다. “어디 식사할 곳을 찾나?”라는 친절한 물음에, 나는 망설임 없이 “네, 맛있는 곳 없을까요?”라고 답했다. 기사님께서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허름하지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 하나 있지”라며, 이끌듯 나를 ‘늘벗’으로 안내했다. 간판에는 ‘횟집’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식사 메뉴도 함께 판매하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테이블은 단 4개. 이미 세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전어회와 서대탕을 즐기고 계셨는데,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모두의 테이블에 놓인 서대탕이었다. 나 역시 고민할 필요 없이 서대탕 2인분을 주문했다.

테이블 위 끓고 있는 서대탕
테이블 위에서 보글보글 끓어가는 서대탕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볼거리였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테이블은 깨끗한 비닐로 덮여 있었고, 벽에는 허영만 화백의 ‘백반기행’ 촬영 사진이 걸려 있었다. 오래된 맛집의 흔적과 함께, 자부심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짭조름한 게장, 젓갈, 김치, 나물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게장은 신선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나하나 맛을 보니, 과연 몇 년째 단골만 찾는 맛집이라 불릴 만하다고 생각했다. 반찬은 하나하나 간이 딱 맞고 맛깔스러워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대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듬뿍 올려진 파와 야채들이 신선함을 더했다. 코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매운탕 향이 아닌, 은은하면서도 깊은 향이 느껴졌다.

서대탕 근접샷
뽀얀 국물과 신선한 야채가 어우러진 서대탕의 비주얼은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시원한 맛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매운탕과 맑은 탕의 중간 정도 되는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했다. 고사리를 넣어 끓여낸 덕분인지, 더욱 깊고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안주가 될 것 같았다. 나는 술을 잘 못하지만, 맑고 시원한 국물에 계속해서 손이 갔다.

서대 살은 부드럽고 담백했다. 신선한 서대를 사용해서인지, 뼈도 부드럽게 씹혔다. 와사비를 살짝 푼 간장에 찍어 먹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밥 위에 서대 살을 올려 한 입 가득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다양한 밑반찬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움을 자랑했다. 특히 짭조름한 게장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정신없이 서대탕을 먹고 있을 때, 사장님께서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셨다.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서비스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구수한 누룽지까지 내어주시니, 정말 푸짐하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2인분에 3만 5천 원이라는 가격에 살짝 놀랐다. 서대가 비싼 생선인가…? 하지만 맛을 보고 나니, 비싼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 가득한 손맛, 그리고 푸짐한 양까지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은 가격이었다.

테이블 세팅
소박하지만 정갈한 테이블 세팅은 어머니의 손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섰다. 부안시장의 활기찬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늘벗’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곳은 아니지만,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돌아오는 길, 택시 기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기사님께서는 “맛있게 드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부안에 또 오시면 꼭 다시 들러보세요”라며 환하게 웃으셨다.

구수한 누룽지
마무리로 제공되는 구수한 누룽지는 입가심으로 완벽했다.

부안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늘벗’에 꼭 다시 들러 서대탕을 맛봐야겠다. 다음에는 갈치탕이나 꽃게탕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아, 그리고 화장실이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여행 팁: ‘늘벗’은 부안시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부안시장에 도착하면, 상인들에게 문의하거나 지도를 참고하여 찾아가는 것이 좋다. 또한, 제철 재료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방문 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활어회는 인근 수산시장에서 직접 떠와야 한다.

서대탕 한 그릇
푸짐하게 담긴 서대탕 한 그릇은 지친 여행자의 심신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늘벗’에서 맛본 서대탕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부안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늘벗’에서 향토 음식의 진정한 맛을 느껴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정갈한 밑반찬
다채로운 밑반찬은 훌륭한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늘벗 간판
수수한 간판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한상 차림
푸짐한 서대탕 한 상 차림. 메인 요리뿐 아니라 밑반찬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서대탕 클로즈업
서대, 고사리, 조개 등 신선한 재료가 듬뿍 들어간 서대탕은 깊고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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