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완연한 봄기운이 감도는 주말,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텐동을 맛보기 위해 망원동으로 향했다. 망리단길의 북적거림을 조금 벗어난 골목길 안쪽에 자리 잡은 작은 텐동집, 이치젠.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멀리서부터 풍겨오는 고소한 튀김 냄새가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는 꽤 여러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평소 웨이팅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분위기에 망설임 없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다리는 동안, 길 건너편에 있는 작은 당고 가게에서 달콤한 당고를 맛보며 시간을 보냈다. 3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바bar 형식으로 된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나무 소재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14석 남짓한 아담한 공간은 혼밥을 즐기기에도, 둘이서 오붓하게 식사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보리차가 나왔다. 은은하게 퍼지는 보리차의 향긋함이 긴장감을 풀어주며 식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텐동 전문점답게 다양한 종류의 텐동이 준비되어 있었다. 기본 텐동인 이치젠텐동부터, 장어튀김이 올라간 아나고텐동, 그리고 여러 가지 스페셜 튀김이 더해진 스페셜텐동까지. 고민 끝에, 스페셜 아나고 텐동과 함께 이달의 튀김이라는 표고버섯 튀김을 추가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극찬했다는 바질 토마토도 궁금해서 함께 주문했다.

주문 후, 오픈 키친에서는 튀김을 튀기는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튀김옷을 입은 재료들이 기름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치익’ 소리를 내며 맛있는 냄새를 풍겼다. 튀김이 튀겨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즐겁게 느껴졌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바질 토마토였다. 접시 위에 붉은 토마토가 탐스럽게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싱그러운 바질 잎이 얹어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토마토를 쪼개려니, 칼집이 살짝 들어가 있었지만 완전히 잘려 있지는 않아 조금 애를 먹었다. 한 입 베어 무니, 달콤한 토마토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바질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텐동을 먹기 전에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었다. 마치 설탕에 절인 듯한 달콤함 뒤에 찾아오는 바질의 향긋함은,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텐동이 나왔다. 커다란 그릇에 밥이 담겨 있고, 그 위에는 큼지막한 튀김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튀김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튀김의 종류도 다양했다. 새우, 아나고, 오징어, 가지, 꽈리고추, 연근, 김, 그리고 반숙으로 튀겨진 온천 계란까지.

젓가락으로 튀김 하나를 집어 들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고, 안에는 촉촉한 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나고 튀김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아나고의 조화는, 입안에서 황홀한 맛을 선사했다. 큼지막한 아나고 한 마리가 통째로 튀겨져 나오는데, 겉은 한없이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이 살아있는 것이 정말 예술이었다. 튀김옷은 과하지 않게 얇아, 아나고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새우튀김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탱글탱글한 새우 살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해서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에 즐겨 먹지 않던 채소 튀김도 맛있었다. 가지는 특유의 물컹거리는 식감 없이 부드러웠고, 꽈리고추는 살짝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연근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재미있었다.

밥 위에는 짭짤한 간장 소스가 뿌려져 있었다. 튀김과 밥, 그리고 간장 소스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튀김을 먹다가 느끼함이 느껴질 때쯤, 밥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함께 제공되는 장국도 텐동과 잘 어울렸다. 진한 맛의 장국은 텐동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유자 향이 은은하게 나는 단무지는 튀김의 느끼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반숙으로 튀겨진 온천 계란을 톡 터뜨려 밥과 함께 비벼 먹었다. 노른자의 고소함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텐동을 다 먹고 난 후, 남은 토마토를 디저트처럼 먹으니 입안이 상큼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사실, 텐동을 먹기 전에는 살짝 걱정하기도 했다. 튀김 요리 특성상 느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치젠의 텐동은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고, 재료들은 신선했으며, 간장 소스는 짜지 않고 적당했다. 튀김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졌고, 텐동 전체의 밸런스가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밖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텐동을 맛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맛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의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계산대 옆에는 작은 나무 선반 위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알록달록한 마스킹 테이프와 귀여운 고양이 인형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치젠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텐동의 맛은 물론, 아늑한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주문 즉시 튀겨지는 튀김은 바삭함과 촉촉함의 조화를 이루며,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망원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이치젠에 들러 텐동을 맛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웨이팅이 길 수도 있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밥의 양이 조금 적게 느껴졌다. 튀김의 양이 워낙 푸짐하다 보니, 밥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밥 양 조절이 가능하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텐동의 느끼함을 잡아줄 수 있는 초생강이 제공되지 않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아쉬움들은 텐동의 맛으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었다.
이치젠은 12시에 오픈하지만, 11시 30분부터 대기자 명단을 작성할 수 있다. 11시 30분에 맞춰 가면 첫 타임에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게 내부는 좁고 테이블이 없기 때문에, 2명 방문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혼밥을 즐기기에도 좋은 분위기이다. 주차는 망원1동 주민센터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망원시장 이용 시 30% 할인, 다둥이 5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음에는 에비텐동과 봄 텐동(계절 한정 메뉴)을 꼭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튀김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방문해서 텐동의 맛을 함께 나누고 싶다. 이치젠은 내게 망원동 최고의 맛집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돌아오는 길, 망원시장에 들러 간단한 간식거리를 샀다. 갓 튀겨낸 닭강정과 따끈한 호떡은 텐동으로 든든해진 배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다. 망원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는 덤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이치젠의 텐동 맛이 자꾸만 떠올랐다. 바삭한 튀김, 짭짤한 간장 소스, 그리고 따뜻한 밥의 조화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조만간 다시 방문해서 다른 종류의 텐동도 맛봐야겠다. 망원동 이치젠, 나만의 숨겨진 맛집으로 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