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 뜨끈하고 든든한 음식이 절실해졌다. 문득 얼마 전 지인이 추천해 준 황제누룽지탕이 떠올랐다. 계양구청 근처에 있다는 그곳은,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황제’라니, 얼마나 귀한 음식이기에 저런 이름을 붙였을까.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득 안고, 나는 곧장 차를 몰아 그곳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식당 앞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 걱정 없이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식당은 계양구청 바로 건너편, 음식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유리문에는 ‘SINCE 2002’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내공이 느껴졌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2층과 3층은 단체 손님을 위한 200석 규모의 공간이라고 하니, 가족 외식이나 회식 장소로도 안성맞춤일 듯했다. 테이블은 꽤나 널찍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노란색 테이블 덕분인지 화사한 느낌마저 들었다. 오픈형 주방에서는 요리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솥에서 쉴 새 없이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뉴판에는 해물 누룽지탕, 전복 누룽지탕, 찹쌀 탕수육, 해물파전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역시 이곳의 대표 메뉴는 해물 누룽지탕과 찹쌀 탕수육인 듯했다. 고민 끝에 나는 해물 누룽지탕과 찹쌀 탕수육(소)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간단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김치, 깍두기, 미역줄기볶음, 그리고 탕수육 소스가 나왔다. 특히 탕수육 소스는 여느 중국집과는 다른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간장 베이스에 양파, 당근, 오이 등이 큼지막하게 썰어져 들어가 있었는데, 탕수육과의 조화가 기대되는 비주얼이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물 누룽지탕이 뚝배기에 담겨 팔팔 끓는 채로 등장했다. 뽀얀 국물 위로 오징어, 꼴뚜기, 새우, 청경채 등 다양한 해산물과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뜨거운 김이 쉴 새 없이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활화산 같았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해물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양식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누룽지는 눅눅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뜨거운 국물에 불어 흐물거리는 누룽지가 아니라, 적당히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있는 누룽지였다. 해산물도 신선하고 쫄깃했다. 특히 꼴뚜기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청경채는 아삭아삭한 식감을 더해주어, 다채로운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해물 누룽지탕을 맛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 찹쌀 탕수육이 나왔다. 튀김옷은 뽀얗고, 탕수육 소스는 놋그릇에 담겨 나왔다. 탕수육을 한 입 크기로 잘라 소스에 푹 찍어 먹으니, 쫄깃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튀김옷은 얇고, 고기는 두툼해서 씹는 맛이 좋았다.

소스는 간장 베이스라 짭짤하면서도, 채소의 신선함이 느껴져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탕수육만 먹으면 느끼할 수 있는데, 소스 덕분에 계속해서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탕수육 소스에서 한약재 향이 살짝 느껴진다는 평도 있으니, 이 점은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해물 누룽지탕과 찹쌀 탕수육의 조합은 정말 최고였다. 뜨끈한 누룽지탕으로 속을 따뜻하게 데우고, 쫄깃한 탕수육으로 입안을 즐겁게 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건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나니,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계산대 옆에는 커피 머신이 준비되어 있어,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즐길 수도 있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뽑아 들고, 식당을 나섰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몇 손님들이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옷에 국물을 흘렸는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그런 불쾌한 경험은 없었지만, 서비스 개선의 필요성은 느껴졌다. 또한, 누룽지탕에서 미원 맛이 느껴졌다는 의견도 있었으니, 맛에 대한 평가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황제누룽지탕은 충분히 매력적인 식당이었다.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 넓은 주차 공간 등 장점이 많았다. 특히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날 때, 이곳에서 해물 누룽지탕 한 그릇이면 몸과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계양구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곳, 황제누룽지탕. 든든한 한 끼 식사로 몸보신하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