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찾았던 안양 중앙시장의 풍경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활기 넘치는 상인들의 목소리, 그리고 코를 찌르는 듯 향긋한 음식 냄새. 그중에서도 유독 나의 발길을 멈추게 했던 곳이 있었으니, 바로 순대곱창 골목이었다. 3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곱창골목은 이제 단순한 시장 골목을 넘어, 나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오늘, 나는 그 추억을 되짚어 다시 안양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당연히 순대곱창 골목. 골목 입구에 들어서자, 30여 개의 곱창집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춘하추동, 목포집, 안양집… 저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게들 사이에서, 나의 발길은 자연스레 ‘나주 왕벌집’으로 향했다.

나주 왕벌집.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간판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낡은 듯 하지만 정감 있는 글씨체로 쓰여진 “나주 왕벌집”이라는 상호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을 느끼게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서 익어가는 순대곱창 볶음의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후각을 자극하는 이 강렬한 향기는, 나의 뇌리에 박힌 오랜 기억들을 하나 둘씩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메뉴판은 단출했다. 순대곱창(1인분 10,000원)과 볶음밥(2,000원). 오로지 순대곱창 하나로 승부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나는 망설임 없이 순대곱창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큼지막한 철판 가득 순대곱창이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순대, 곱창, 양배추, 깻잎, 당면…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순대곱창을 볶아주셨다.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냄새가 더욱 강렬해졌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순대곱창이 익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먹어도 좋다는 직원분의 말에 나는 젓가락을 들었다. 가장 먼저, 잘 익은 곱창 하나를 집어 들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한 곱창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다음으로는 순대를 맛볼 차례. 큼지막한 순대는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다. 찹쌀의 쫀득함과 야채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특히, 매콤한 양념과의 조화가 돋보였다. 너무 맵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매콤함은, 순대와 곱창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순대곱창을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깻잎에 싸 먹으면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더욱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잘 익은 마늘과 함께 먹으면, 알싸한 마늘의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다. 고소한 맛을 좋아한다면,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순대곱창을 즐기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느덧 철판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순대곱창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볶음밥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분은 남은 순대곱창 양념에 밥과 김 가루, 참기름을 넣고 맛있게 볶아주셨다. 철판에 눌어붙은 볶음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볶음밥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섰다. 안양 중앙시장의 밤거리는 낮보다 더욱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곱창 골목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순대곱창을 즐기고 있었고, 그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과 정을 지켜온 나주 왕벌집 덕분에, 나는 소중한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안양 중앙시장의 순대곱창 골목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파는 곳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변함없는 맛은,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안양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순대곱창 골목에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나주 왕벌집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과 푸근한 인심으로 안양 지역명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맛집이다. 한 번 맛보면 그 매력에 푹 빠져 단골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